슈퍼카ㆍ희귀차 등 200대 육박
비ㆍ바람 악천후 속에서도 열기
“내겐 너무나 소중한 첫차” 자랑
“평소 보기 힘들었는데” 감탄
유명인사들 옛 모델 실명 출품
겉모습뿐 아닌 차 내부까지 공개
“부우~웅” 배기음 경연대회도
23일 인천 서구 자동차매매단지 엠파크 허브 주차장. 빗발이 날리고 강풍까지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각양각색의 국내외 차들이 속속 자리를 잡았다. 1986년식 BMW부터 현대자동차 아반떼 같은 국산 양산차들까지 브랜드나 연식, 가격과 무관한 차들이 집결한 이유는 단 하나, ‘2016 한국일보ㆍ테스트드라이브 카쇼(Car Show)’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날 카쇼에 나온 차들은 200대에 육박, 지난해(150여대)보다 크게 늘었다. 매년 카쇼에 참가한 골수팬들도 있지만 고민하고 고민하다 처음 나온 이들도 많았다. 르노삼성자동차 2005년식 SM7 차주 박지훈(23ㆍ회사원)씨와 현대차 1999년식 에쿠스 리무진을 가져온 송석현(22ㆍ학생)씨도 첫 참가다. 자동차에 푹 빠져 있는 두 사람은 한 자동차 온라인 동호회에서 만나 의기투합, ‘애마’를 출품하기로 결심했다. 3년 전부터 관람객으로 카쇼를 찾았던 박씨는 지난 6월 아버지 지인에게 구입한 생애 첫차 SM7을 대동했다. 그는 “남들처럼 오래 공들이거나 개조(튜닝)한 특별한 차는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소중한 첫 차의 의미를 알리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국내에 1,000대 정도 밖에 없는 에쿠스 리무진을 최근 구입한 송씨는 “나이 많으신 카쇼 관람객이 ‘과거엔 아무나 못 타는 차였다’고 말을 걸며 추억에 잠겼다”고 전했다.
악천후 속 행사라 가족 단위 관람객은 예년에 비해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행사장 한쪽에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함께 카쇼를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장난감 차를 타고 전시된 자동차 사이를 신나게 누비는 아이들도 있었다.
열심히 차의 이력을 설명하는 차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신의 차 전시보다 희귀한 다른 차 구경에 몰두하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김기홍(30)씨는 “평소 보고 싶었던 BMW 8시리즈 쿠페를 만나게 돼 너무 기뻤다”며 “1994년식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타고 있는데, 멋지게 갈고 닦아서 나중에 꼭 카쇼에 출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차를 전시하고 다른 차주나 관람객과 소통하는 게 카쇼의 본질인 만큼 일부 슈퍼카를 제외한 전시차들의 문은 거의 다 개방돼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놀란 관람객도 있었다. 유명 모터쇼에서도 웬만한 고급 브랜드들은 차문을 잠가 놓아 겉모습만 훑고 돌아서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카쇼를 관람한 안준영(34)씨는 “일본의 수제차 미쓰오카나 클래식 미니(MINI) 등 평소 보기 힘든 차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국내에서도 이렇게 온갖 차들을 직접 느끼고 차주에게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문화가 계속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명인들의 차들도 행사를 빛냈다. 클래식카 마니아로 유명한 성우 배한성씨 아들 배민수(25)씨는 아버지의 1992년식 BMW e30 320i 컨버터블 등 2대를 전시했다. 힙합그룹 다이나믹듀오 멤버 개코(김윤성)와 마이티마우스 멤버 쇼리(소준섭)는 같은 동호회 회원들을 통해 각각 1989년식 BMW e30 325i 컨버터블과 1989년식 BMW e30 320i 세단을 실명으로 출품했다.
2002년 국내에서 처음 카쇼를 시작한 권영주 팀 테스트드라이브 운영자는 “차주의 정성과 지속적인 관리가 차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다”며 “차를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의 관심과 정보를 나누는 카쇼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가 지난해에 이어 공동주최한 올해 카쇼에서는 전시차 차주와 일반 관람객 등 1,500여 명이 다양한 차들의 향연을 즐겼다. 카쇼의 하이라이트인 ‘배기음 경연’에서는 2008년식 고성능 스포츠카 ‘페라리 430 스쿠데리아’가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아 1등을 차지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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