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애니 테일러
1901년 10월 24일, 당시 기준으로는 노인이었을 63세 여성 애니 테일러(Annie Edson Taylor)가 주문 제작한 오크통을 타고 나이아가라 강에 뛰어들었다. 통은 53m 높이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떨어졌고 그는 살아 남았다.
테일러는 1838년 10월 24일 미국 뉴욕 오번시에서 태어났다. 제분업을 하던 아버지는 애니가 12세 되던 해에 숨졌지만 그는 유산 덕에 별 어려움 없이 지냈고, 교사가 됐고 결혼해서 아들도 낳았다. 하지만 아이가 유년을 못 넘기고 숨지고 곧이어 남편과도 사별하자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북미의 여러 도시들을 여행한다. 중간중간 일을 하기도 했는데, 미국 미시건 주에선 댄스 학교를 연 적도 있고, 캐나다 온타리오 주 수세인트마리(Sault Ste. Maire)에서는 음악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그림책 ‘폭포의 여왕 Queen of the Falls’(서애경 옮김, 사계절)으로 낸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테일러가 예절학교를 운영하다가 돈에 쪼들려 모험에 나섰다고 썼고, 위키피디아는 노년의 그가 구빈원 신세를 지기 싫어 목숨을 건 거였다고 소개했다. 어쨌건 그는 선구적인 ‘프로페셔널’ 익스트림 스포츠인이었다.
그는 1.4m 높이에 약 73Kg의 오크통을 주문 제작했다. 접합부위는 철판으로 보강했고, 내부는 손잡이와 솜으로 감싸 추락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 이틀 전 자신의 고양이를 태워 폭포에 추락시키는 ‘동물 실험’을 벌여, 머리는 찰과상을 입었지만 죽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나사못으로 뚜껑을 고정했고, 바람 채운 자전거 튜브를 산소탱크 대용으로 준비했다.
63세 생일날 오전 오크통은 미국령 고트 섬(Goat Island) 기슭을 떠나 호스슈(Horseshoe Falls) 지점에서 추락했고, 그는 약 20분 뒤 무사히 구조됐다. 훗날 그는 “(떨어지기 직전) 누군가에게 충고를 할 수 있었다면 절대 이 짓을 하지 말라고 했을 거다. 다시 하라면 차라리 대포 포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기대한 만큼 큰 돈을 벌지 못했고, 그나마 매니저 역할을 하던 이가 오크통을 훔쳐가 버리는 바람에 사립탐정을 고용해 그를 찾느라 번 돈을 거의 써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는 관광객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고 기념사진 모델 등으로 일하며 근근이 남은 생을 살았지만 끝내 구빈원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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