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씨 시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 만료 시한(25일 자정)이 다가오면서 경찰이 ‘강제집행 재시도’와 ‘영장 재신청’ 카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경찰은 영장집행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물리력을 동원할 때 생기는 부작용을 우려해 실익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검영장 재집행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다만 영장 만료일까지 제시된 조건 하에 법 집행 기관으로서 최대한 성의를 다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청장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기습집행 가능성은 차단했다. 그는 “정당한 공무수행이니 당당히 하면 된다”면서도 “야간 집행은 하지 않고 집행을 시도하더라도 작전하듯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날 강제집행에 나섰다가 3시간 만에 경찰력을 철수한 것을 놓고 ‘명분 쌓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집행의 전제 조건인 ‘유족과의 협의’를 충실히 따르려는 절차인데도 강제진입을 위한 시도로 비쳐져 선택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청장도 “과도한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뿐 꼼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유족 측에 마지막으로 영장집행 의사를 전달하되, 무리수는 두지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수뇌부에서 검찰과 협의해 부검영장 기간을 연장할지, 재신청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백씨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이 한정된 공간인 만큼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제 진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청장 역시 “사법기관에서 ‘사실상 기각이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고위관계자는 ‘아니다’고도 말하는 등 부검영장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며 곤혹스러운 상황임을 드러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영장집행 저지 태세를 공고히 하고 있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본부 상임대표 등 5명이 부검반대 삭발을 하고 25일 자정까지 36시간 동안 시신을 지키는 집중 행동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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