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개헌 논의의 물꼬를 터 준 것에 대해 평가한다”며 조만간 국회 내 개헌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본보 전화통화에서 “개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20대 국회의 시대적 사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범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정 의장의 입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정 의장은 ‘문 전 대표의 개헌 반대를 민주당의 반대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개헌 시기는 임기 내에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시기는 “국회에서 의견이 된 다음에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 의장은 다만 “권력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과거의 개헌은 모두 실패했다”며 “이번 개헌은 철저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과 함께하는 ‘상향식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개헌안 마련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장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국민과 함께 하는 ‘상향식 개헌’이 될 수 있도록 개헌 특위 구성 등에 대해 여야가 협력해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외 제3지대의 개헌 진영도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에 환영하면서도 국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호 전 의원 은 박 대통령의 개헌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개헌에 대해선 환영 의사를 밝혔다. 정파를 초월한 여야 원외 유력인사들이 구성한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소속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과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회견을 열고 “뒤늦게나마 국민의 여망을 받아들여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개헌만은 과거와 같은 정치권만의 개헌, 밀실개헌을 뛰어넘어 주권자인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민의 의사가 담기는 개헌이 돼야 한다”며 국회가 이른 시일 내에 국민의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범국민적 개헌특위를 구성해 구체적인 개헌 일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주권회의는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서 개헌 문제를 공론화한 것을 계기로 ‘20대 국회 개헌 추진 의원모임’과의 공조를 본격화하면서 범국민 개헌운동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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