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대표하는 18곳 특색 살려
테마가 있는 버스정류장 디자인
최근 공모전서 대상 수상까지
“단조로운 버스정류장을 특색 있게 바꿔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대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의무경찰로 복무하는 박진수(21) 수경은 전주시 전주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전주문화 슈퍼마켓 아이디어 공모전-도시가 아름다워지는 법’에 정류장 디자인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차지했다.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삭막하고 단조로운 인상을 받았던 박 수경은 평소 정류장을 개성 있게 디자인해 도시경관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 5월 전주시 도시 디자인 공모전 포스터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보게 됐고 그동안 생각해오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박 수경은 “교통근무를 하다 보면 버스정류장을 자주 보게 되는데 틀에 박힌 모습으로 디자인된 정류장에 승객들이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버스정류장을 재미있고 도시 경관에도 도움이 되는 모습으로 바꿔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착안해 공모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정류장 주변의 고유장소를 상징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디자인했다. 전주한옥마을 정류장은 한옥을 주제로 꾸몄고, 전북현대축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축구를 주제로 축구공과 의자를 넣었다. 전주역은 기차, 경찰청은 포돌이, 전북선관위는 투표 등을 각 정류장에 맞게 아이디어를 냈다.
박 수경은 각 정류장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과 주제를 찾기 위해 4개월 동안 개인 시간을 활용해 현장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조사를 진행했다. 정류장 주변 상인들의 자문을 구했고 해당 정류장 인근에서 교통근무를 섰던 동료들의 의견 등을 모아 주제를 최종 결정해 디자인에 반영했다.
디자인할 정류장 선정은 주로 이용객인 많고 전주를 대표할 만한 장소를 선택했고 이번 공모를 통해 전주 시내 18곳의 정류장을 재구성했다. 이렇게 만든 박 수경의 정류장 디자인은 47팀이 참여한 이번 공모전에서 당당히 실력을 겨뤄 지난 20일 대상 수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그는 “예상보다 결과가 좋아 대상까지 받게 돼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시는 박 수경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도시 디자인에 적용할 계획이다. 전주문화재단 관계자는 “박 수경의 작품은 매우 좋았고 시민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도시 행정에 적용하는 공모전 취지에도 맞다”라며 “대상 아이디어를 11월과 12월 시 행정에 적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북기계공고 로봇자동화과를 졸업하고 평소 산업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재능을 인정받아 입대 전 포스코 광양제철소 기계산업 분야에 취업예정자로 선발돼 내년 1월 제대 후 입사를 앞두고 있다.
박 수경은 앞으로도 디자인을 비롯해 공학과 예술이 융합하는 분야의 일을 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공학과 예술이 만나면 실생활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많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공부를 더 해나갈 예정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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