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최순실 게이트’에 단일대오
제3지대론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최순실(60)씨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보고 의혹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헌에 부정적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구심력이 커지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개헌 논의에 앞서 최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다. 오히려 개헌을 공통분모로 해 제3지대 확대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공론화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 전 대표는 25일 특별성명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국기문란을 넘어선 국정붕괴”라며 “최씨를 즉각 귀국시켜 수사를 받게 해야 하고, 우병우 민정수석을 포함해 비선실세와 연결돼 국정은 농단한 현 청와대 참모진을 일괄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수사를 맡기기 보다는 국회 국정조사 내지 특별검사제를 통한 엄정한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개헌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최순실씨 의혹들이 매일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면서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할지조차 모르는 마당에 정상적인 개헌 논의가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당 내 분위기도 전날과 달리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침묵을 지켰다. 한 관계자는 “개헌 논란에서 문 전 대표의 반대 입지가 하루 만에 더 넓어졌다”고 전했다.
개헌에 앞서 선(先) 선거구제 개편을 요구했던 안 전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특검을 포함한 성역 없는 수사로 짓밟힌 국민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 대통령도 당연히 수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면서 “오늘로써 대통령 발 개헌 논의는 종료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개헌의 물꼬를 틀 경우 개헌에 부정적인 친문이 고립되면서 민주당 비문 진영과 개헌을 주장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제3지대론자들이 손을 잡아 세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라는 돌발변수에 부딪혀 야권은 당분간 개헌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진상조사와 특검 요구 등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사과를 발표했지만, 야권은 의혹을 해소할 수준은 아니란 평가를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을 앞세워 제3지대를 모색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주목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헌론자인 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개헌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기득권층 비리를 덮으려는 정치적 술수로 활용돼선 안 된다”고 적었다. 지금 상황에서 개헌 불씨를 이어가려면 박 대통령이 빠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