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루K 前대표측 밝혀
“1월에 GKL 사업 등 논의
김종 차관과도 두차례 회동”
업무일지 내용도 공개
최순실(60)씨가 실소유주인 업체 더블루K가 벌인 사업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이 관여했다는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당시 이들을 직접 만났던 더블루K의 전직 대표는 최씨에 대해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햇다.
더블루K의 초대 대표를 지낸 조모(57)씨의 변호인은 2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 조씨가 최씨 지시로 안 수석과 김 전 수석,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을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조씨의 업무일지 내용을 전했다. 더블루K는 K스포츠재단 설립 인가 하루 전인 올해 1월 12일 설립된 곳으로, 최씨가 재단 자금을 빼돌려 사적 이익을 챙기는 데 동원된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조씨 업무일지에는 올해 1월 20일 김상률 당시 교문수석과 서울 중구 달개비식당에서 오찬 약속이 적혀 있다. 조씨 변호인은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조씨는 더블루K가 추진 중이던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스포츠단 창단 등의 사업 내용을 설명해 줬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K스포츠 박모 과장도 동석했다고 한다.
조씨는 같은 달 26일과 다음달 25일, 두 차례에 걸쳐 문체부 김 차관도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역시 논의 주제는 GKL 선수단 창단 문제였다. 특히 3월 8일 스위스 건설업체와의 계약 현장에는 안 수석과 김 차관이 함께 등장하기도 했는데, 조씨 변호인은 “더블루K의 사업이 믿을 만하다는 점을 상대 업체 측에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 실적도 없던 ‘신생 기업’이 현 정부 고위 인사들을 접촉할 수 있게 되자 조씨는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최씨에 대해 조씨는 “당시 이름은 (개명 후인) ‘최서원’이어서 정확히 누구인지 몰랐는데, 어쨌든 엄청난 힘이 있는 것처럼 생각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 수석이나 김 전 수석 등과의 만남은 최씨 지시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다만 해당 자리에서 안 수석 등이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일은 없었다고 조씨 측은 전했다. 조씨는 그러나 이후 더블루K가 정상적인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2개월 만에 대표직을 사임했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조씨는 취재진을 향해 “최씨를 회사 면접에서 만났고 월급도 최씨가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수석은 “(3월 8일 모임에) 나간 것은 맞지만 더블루K와 전혀 상관없이 누슬리 설명회였다”며 “프리젠테이션을 10분 정도 보다가 돌아왔다"고 해명했다. 김 차관 역시 “만났지만 덕담만 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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