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 이후 더 곤두박질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붕괴 가속
“崔 국정농단 의혹 못 믿어” 7%뿐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파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17%로 폭락했다. 지난달 중순 33%대에서 한 달여 만에 지지층 절반이 등을 돌렸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25일) 이후 지지율은 14%로 주저 앉았다. 전통 지지층인 대구ㆍ경북(TK)과 60대 이상 연령층의 콘크리트 지지선(30%)마저 붕괴했다. 지지율 30% 이하에선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워, 사실상 ‘여론의 탄핵’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 하고 있다’고 답한 이는 17%에 그쳤다. 전주에 비해 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TK의 지지율은 27%를 기록했고, 60대 이상 지지율은 처음으로 과반 아래인 36%로 폭락했다. 모든 세대, 모든 지역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질렀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믿지 않는다’고 답한 이는 7%에 불과했으며, 새누리당 지지자들조차 15%만이 ‘사실이 아닐 것’라고 응답했다.
지지율 하락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25일) 이후 실시한 조사(26~27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3일치 조사 중 첫날 조사에서 20%초반이던 것이 양일 간 조사에서는 14%로, TK와 60대 이상의 지지율은 각각 19%와 28%로 추락, 차가워진 민심을 보여주었다. 보통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나 반대로 하락한 것이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김영삼(YS)정권 이후 5대 정권별 최저 지지율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것이다. YS는 외환위기로 인해 임기 말이던 5년차 4분기에 6%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차 4분기에 12%를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핵심 지지기반이던 호남의 지지율에서 과반이 무너지면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에 빠져들었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대통령의 사과에서 진정성이 안 느껴지고,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식으로 대응해 국민 분노를 오히려 키웠다”며 “국정운영을 지지해 줄 핵심 지지층이 이탈, 앞으로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교수는 또 “TK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 것은 이미 레임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26%로, 더불어민주당(29%)에 1위 자리를 내주었고, 국민의당은 12%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 1위에 오른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1,033명을 대상으로 25~27일 휴대전화 RDD 표본프레임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3.0%포인트(95% 신뢰수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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