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000억대 부동산 재력가
장, 비덱스포츠 설립 깊이 관여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60)씨 배후에 또 다른 ‘그림자 실세’가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막후 컨트롤타워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는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37ㆍ본보 24일자 3면)씨다. 원래 ‘장유진’이라는 이름에서 2년 전 개명한 그는 고교 시절 승마 유망주로 꼽혔으나, 그 이후 연예계 주변에서 일하면서 광고감독 차은택(47)씨와 친분을 쌓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들어 ‘문화계의 황태자’로 꼽힌 차씨는 당초 미르재단의 기획자로 지목돼 온 인물인데, 최씨에게 차씨를 소개해 준 당사자도 장씨라고 한다.
장씨가 단지 최씨와 차씨의 ‘연결고리’ 역할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장씨는 최씨 소유의 독일 페이퍼컴퍼니 ‘비덱 스포츠’의 주식 5,000유로(619만원 상당)어치를 지난해 11월 사들였다가 한 달 만에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에게 넘겼다. 최씨가 K스포츠 자금을 빼돌리는 통로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업체들 중 한 곳인 비덱의 설립 과정에 장씨가 상당 부분 개입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1년 새 정부에서 6억7,000만원의 특혜성 지원을 받은 데에도 이 센터의 사무총장으로서 활동했던 장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허승욱 센터 회장은 28일 “올해 6월부터 회장을 맡은 뒤 장씨가 사무총장을 맡았거나 공식 직책을 갖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처음 사단법인 설립이 잘 안 될 때 도움을 준 것 같긴 하다”고 장씨의 관여 사실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씨가 최씨와 가장 긴밀히 연락하면서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장씨가 가장 실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씨의 언니인 최순득(64)씨도 주목받고 있다. 최씨의 한 주변 인사는 “최씨는 가족 중에서도 순득씨와 가장 친하게 지냈다. 최씨가 국내에서 벌인 각종 사업과 관련해 순득씨가 많은 역할을 해 줬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씨의 모친이 바로 순득씨다. 순득씨는 강남구 삼성동과 도곡동 등에 1,000억원대의 빌딩과 고급 빌라 등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이기도 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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