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ㆍ윤상현 등 뒷짐ㆍ함구만
친박계 다수 지도부도 개점 휴업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로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지만, 새누리당 친박계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기다려 보자”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어느 누구도 사태 수습을 위해 전면에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성공을 위한다’며 총선 공천 등을 좌지우지 하려던 그 많던 친박계는 어디 갔냐”, “지지율이 높고 좋을 때만 친박이면 그게 용박(用朴)ㆍ배박(背朴)이지 친박이냐”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친박계에선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지난 27일 청와대 물갈이와 내각 쇄신을 요구한 것이 거의 유일한 공식 반응이다. 서 의원은 ‘신박(新朴)’ 원유철 의원의 ‘강한대한민국 연구소’ 출범식에서 “대통령이 인사와 내각 쇄신을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되찾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우리도 도울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이나 홍문종ㆍ유기준ㆍ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비선실세 파문과 관련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친박계 주변에서 “전혀 몰랐던 내용”, “박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 “기다려 보자”는 입장만 간간히 전달될 뿐이다.
친박계가 다수인 당 지도부도 최순실 게이트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 지도부는 28일 예정된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주말인 29, 30일에 예정된 당 지도부 공식 일정도 전무하다. 29일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돼 있는데 집권여당은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앞서 27일 열린 최고위에서도 일부 친박계 지도부는 “사실이 아닌 ‘찌라시’를 바탕으로 일을 키우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소집했던 긴급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와 긴급 의원총회가 막판에 취소된 것도 지도부가 사태 수습 및 국정 정상화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반면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민심과 동떨어진 무리수를 두면서 당 내부에서조차 “정무적 판단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진태 의원의 경우 “박 대통령은 지인인 최씨에게 물어봤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주적인 김정일에게 물어봤다”며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사건’으로 역공을 시도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새누리당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에만 기대며 선거 패배를 자초한 친박계가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며 “측근들의 행태만 보면 박 대통령은 불행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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