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부를 때 “나으리, 부르셨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나으리’는 ‘나리’의 잘못으로, 불필요하게 모음 ‘으’를 덧붙인 것이다. 이때는 “나리, 부르셨습니까”와 같이 말해야 한다.
부사로 쓰이는 ‘그제야’ 혹은 ‘이제야’의 경우도 불필요하게 조사를 첨가해 ‘그제서야’ 혹은 ‘이제서야’로 사용하기 쉽다. ‘그제’와 ‘이제’는 모두 시간을 나타내는 명사인데, 여기에 장소를 나타내는 처소격 조사 ‘-(에)서’를 불필요하게 붙여 사용하면 안 되고 ‘그제야’ 혹은 ‘이제야’로 말해야 한다.
동사에도 불필요하게 음운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개다’, ‘땀이 배다’, ‘마음이 설레다’, ‘목이 메다’라고 표현하면 될 것을 여기에 불필요하게 피동접미사 ‘이’를 덧붙여 ‘날씨가 개이다’, ‘땀이 배이다’, ‘마음이 설레이다’, ‘목이 메이다’라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이다. ‘개다’, ‘배다’, ‘설레다’, ‘메다’ 등의 동사는 모두 자동사이기 때문에 피동접미사 ‘이’를 붙여서는 안 된다.
또한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잘못 쓰는 것도 불필요하게 ‘하’를 덧붙인 경우이다. ‘-하다’는 명사 뒤에 붙어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로서 ‘공부하다’, ‘생각하다’ 등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삼가다’는 그 자체가 이미 별개의 동사이기 때문에 ‘-하다’라는 접미사를 결합해 쓸 수 없다. 따라서 “흡연을 삼가하시기 바랍니다.”가 아니라 “흡연을 삼가시기 바랍니다.”로 말해야 한다.
뱀에게 있지도 않은 발을 덧붙여 그려 도리어 그림을 잘못되게 한 것처럼 군더더기 말은 말을 잘못되게 만드는 사족(蛇足)과도 같은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