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무실 수색 전례 없어
특수 국가기관 감안해야
임의제출도 압수수색 방법”
검찰 요구 자료목록 가운데
일부 증거만 수사팀에 넘겨
청와대가 ‘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청와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연 이틀 거부했다. 성난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까지 하는 상황인데도 청와대가 진실 은폐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29,30일 연달아 청와대 진입을 시도한 검찰 수사팀을 저지했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 상 ‘자료 임의 제출 권한’을 내세워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파문에 대한 증거들을 ‘골라서’ 냈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30일 교체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이었다. 최씨의 미르ㆍK스포츠 재단 사유화 의혹과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 사전 입수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 자료들이 쌓여 있는 곳이다. 검찰이 청와대 사무실을 뒤진다면, 사상 초유의 사례가 될 것이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팀이 29일 오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자 “검찰이 요구하는 자료를 임의 제출하는 것이 법률상 원칙이며, 그 방식으로 압수수색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고 수사팀을 사무실로 들이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공무상 기밀과 군사 비밀에 대한 자료를 검찰이 압수수색하려 할 때는 해당 기관장이 ‘승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규정을 들어 ‘임의 제출’에만 응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요구하는 자료 목록 중 극히 일부만을 별도 건물인 연무관에서 수사팀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의 제출도 압수수색의 한 형태”라며 “청와대가 특수 국가기관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가 자료를 제대로 내놓지 않는다며 이날 저녁 사무실 진입을 다시 시도했고, 청와대는 ‘자료 제출 불승인 사유서’를 내 거듭 저지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최씨 관련 자료들을 지키려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측 사이에 심각한 정도의 충돌은 없었다”고 전했다.
별다른 성과 없이 철수한 검찰은 30일 오전 또 다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청와대는 여전히 임의 제출 방식을 고집했지만 전날보다는 적극적으로 자료를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제출한 자료는 일곱 상자 분량에 달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사무실에 강제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제출을 원하는 자료들만 넘겨 받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이 청와대 사무실에 들어가 압수수색을 한 전례는 아직 없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팀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 당했다. 청와대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제3의 장소에서 관련 자료를 특검팀에 임의 제출했다. 당시 검찰이 압수수색 시도를 하루 만에 포기한 것은 이번과 달랐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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