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사무실 삼성동에 있어
삼성연구소 소장으로 불리며
문고리 4인방 종 부리 듯”
유승민 “연설문 써드렸더니
완전히 다른 연설한 경우 있어”
2007년 경선서도 영향력 의혹
국정농단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가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이 창당했던 한국미래연합(미래연합)에도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와 2012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휘했던 총선 때도 최씨가 배후에서 개입했을 것이라는 증언도 터져 나오고 있다. 최씨가 비선실세로 국정에 관여할 수 있었던 것은 박 대통령의 의정활동 초기부터 근거리에서 정치적인 조언을 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고리 보좌진, 최씨를 ‘소장님’이라 불러”
미래연합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재선의원이던 2002년 당시 이회창 총재를 “제왕적”이라고 비판하며 탈당해 만든 신당이다. 미래연합에 몸 담았던 한 인사에 따르면, 최씨는 당시 ‘삼성연구소 소장’으로 불렸다. 이 인사는 30일 본보와 통화에서 “최씨가 창당 준비모임은 물론 창당 뒤에는 당사에도 나와 이른바 (고 이춘상 보좌관까지 포함해) ‘문고리 4인방’을 종 부리듯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최씨의 행동을 의아스럽게 여겨 보좌진에게 “대체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삼성연구소 최순실 소장”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 인사는 “대기업 삼성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라 당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던 박 대통령의 개인사무실을 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무렵 최씨의 남편이었던 정윤회씨는 미래연합 총재이던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이 인사는 “알고 보니 (당시) 정 실장이 아니라 최씨가 왕이었던 것”이라며 “그때부터 박 대통령 곁에 있었으니 지금은 권력이 얼마나 막강해졌겠느냐”고 말했다. 최씨는 창당 후 미래연합 사무실에도 자주 나왔지만, 당 관계자들 사이에 소문이 돌자 얼마 뒤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비춰 ‘삼성연구소’는 훗날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비선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강남사무실’과 같은 곳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당시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나중에 알고 보니 여의도 국회 앞의 캠프 사무실은 언론용이었고, 박 대통령은 강남사무실에 상주했다”며 “그 강남사무실이 삼성연구소였고 그 곳 지휘를 최씨가 했었던 것 같다”고 짐작했다.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던 여권 인사 사이에는 “문고리 4인방이 갑자기 서류 가방을 들고 사라져지곤 해 대체 어디를 가나 했는데 강남사무실 간다고 하더라”, “중요한 결정은 사실상 강남사무실에서 정해져 하달됐고 캠프 공식회의 결정조차 번복된 경우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2007년 경선 ‘진짜 캠프’는 최씨의 ‘강남사무실’”
당시 박 대통령은 때로 캠프에서 준비한 연설문이 아닌 걸 읽기도 했다. 그 때 연설문은 지금은 비박계지만 당시엔 정책ㆍ메시지 총괄단장으로 핵심 친박이었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썼다. 유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미리 (후보에게) 연설문을 써드렸는데 완전히 다른 연설을 한 경우가 있긴 했다”며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문이 그랬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그 연설문의 출처가 어딘지는 당시에도 몰랐고 지금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전여옥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유 의원이 쓴 연설문이 모처에 다녀오고 나면 걸레가 돼 돌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많이 과장됐다”고 유 의원은 말했다.
이 밖에 2012년 박 대통령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치렀던 19대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최씨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핵심이었던 한 여권 인사는 “비대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이 선대위에서 정한 공식 선거운동 일정을 무시하고 외부에서 짠 듯한 일정으로 지원유세를 다녀 굉장히 곤혹스러운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선대위 핵심 인사는 “박 대통령이 불과 몇 십 분 뒤 이유조차 말하지 않고 지시를 뒤집어 의아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아마도 최씨가 개입했던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힘이 막강했던 19대 총선 공천은 물론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