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중국하고 동남아 관광객들이 많이 와요. 우리 식당에도 많을 땐 한 번에 100명 넘게 오는데, 해 지기 전에 다 서울로 쇼핑하러 가더라고요. 평창은 어두워지면 할 게 없다면서.”
강원 평창군에서 3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이상명(65)씨는 최근 수년 새 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창을 ‘스치듯’방문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쓰리다. 그들이 평창서 하루라도 묵고 간다면 식당이나 숙박업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평창올림픽 효과에 대해 바라는 게 많지는 않지만 숙소나 개·폐회식장 등 인프라가 갖춰지는 만큼 올림픽 시설물을 활용해 관광 콘텐츠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창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루라도 더 머무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강원도엔 지금도 중국과 동남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자국서 바다를 보기 힘든 중국인 관광객들은 보통 전세기를 이용해 양양 공항으로 입국, 강릉에서 바다를 본 후 평창에 들러 스키 리조트를 찾는다”고 전했다. 눈을 볼 수 없는 동남아 관광객들에게도 평창과 강릉을 잇는 대관령은 매력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동계올림픽시설 자체만으로 사후활용의 가치를 찾기보단 인기 관광지로 자리잡은 기존 장점들과 연계해야 올림픽 개최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사후활용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진경 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동계올림픽 시설 사후활용은 철저히 관광산업과 연계돼야 한다”며 “특히 여행지로 유명한 강릉의 경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여름 또는 단오제가 열리는 봄에 빙상 시설을 활용한 빙상 축제 등을 기획해 ‘얼음의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교수는 또 “유지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슬라이딩 센터나 스키점프대 등도 알펜시아 리조트 내에 위치한 숙박 및 워터파크 이용과 연계해 패키지로 묶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적자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광훈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올림픽이라는 대회 자체가 돈 벌자고 개최하는 대회는 아니지만 적자폭 감소와 무형의 소득은 챙길 필요가 있다”며 “올림픽 유치를 계기 이후 관광자원과 연계한 부가가치를 창출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전략적 사고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시 브랜딩의 절호의 기회”라며 “주요 시설엔 중국어 안내판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도 관광상품과 연계한 올림픽 시설 사후활용 계획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강원도는 올 겨울 테스트이벤트 기간부터 동계스포츠와 지역 축제 및 이벤트를 연계한 여행 상품을 마련해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올림픽 이후에는 KTX 원주~강릉선의 정차역과 올림픽 개최시설 등을 연결한 ‘레일시티투어’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기존 동계올림픽 개최지들에 비해 평창과 강릉은 관광자원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며 “동계올림픽 시설 활용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도비 130억원을 투입, 국내외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릉시도 지난 26일 중국 국영여행사인 CTS 중려체육여행사유한공사와 동계스포츠 관광산업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동계스포츠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었다. 강릉시는 이 협약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는 물론 스포츠와 문화관광을 결합한 유소년 스포츠교류 체험상품 등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염돈민 강릉시청 올림픽정책관은 “올림픽 이후 대명 아이스하키팀이 강릉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등 기존 관광자원에 다양한 동계스포츠 콘텐츠가 더해질 것”이라며 “양양공항과 KTX 철도, 항만 등 교통망을 잘 활용해 스포츠 투어리즘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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