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등 정리
외부 인사 영입 시스템도 점검
직원 사기 진작 대책 반응 싸늘
“줄대기했던 고위직부터 정리를”
‘최순실 게이트’ 폭풍우에 난타당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만신창이가 됐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31일 전날에 이어 간부 회의를 소집해 최순실(60) 차은택(47)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 장관은 “외부 개입에 의해 추진됐다는 논란이 있는 사업들을 모두 재점검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업은 과감한 정리 등 모든 법적, 행정적 조치를 다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1,278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이 대폭 축소,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 거점에 조성될 문화창조벤처단지 건립, 제주 중문 융ㆍ복합상설공연장 건립 등이 포함된 이 사업은 아예 차씨의 기획이라고 폭로된 바 있다. 또 최씨 일가를 위한 것으로 의심받아온 체육분야의 각종 지원사업들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예술체육 분야 예산은 취약분야 지원사업들이라 무조건 다 없앨 수는 없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될 사업’과 ‘안될 사업’을 구분해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 내부는 물론, 외부인사 영입이나 산하기관장 임명 등 인사시스템도 점검키로 했다. 차씨의 광고계 대부격인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3위 후보였음에도 원장에 선정되는 등 문체부가 ‘차은택 인맥’에 놀아났다는 비판을 감안한 조처다. 송 원장은 김종 2차관에 이어 이날 사표를 냈다.
실무직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 대책도 강구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조 장관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이 숱한 의혹이 쏟아지는 와중에 깊이 상처받았을 중하위급 직원들”이라면서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체부의 이런 조치들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야 없이 벼르고 있는 예산 감축과 사업 정리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지만,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온갖 무리한 지시를 하며 문체부와 산하기관 직원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운 게 지금 문체부 고위 관리들 아니냐”며 “줄대기에 바빴던 고위 공무원들부터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날선 반응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문체부 중하위직 실무자들의 (보안이 유지되는) 텔레그램 가입이 엄청나게 늘어나 깜짝 놀랐다”면서 “자기들끼리 얼마나 말 못할 사정이 많았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부처 내 인적 쇄신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