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악하고 있었을 듯
롯데 수사 무마 명목 추가 출연
뜻대로 안 되자 돌려줬을 수도
검찰 내사 상황 전달 가능성 주목
31일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검찰 출석과 함께 ‘실세 수석’으로 불렸던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 사건에 우 전 수석이 직접 개입된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없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그가 최씨의 존재나 위상을 아예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 측근의 비리 감찰이 핵심 업무인 민정수석으로서 우 전 수석은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내부문건이 지속적으로 제공되거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ㆍ운영에 개입한 사실들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대통령 하야’ 주장까지 부른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몰랐다 해도 민정수석의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
여기까지는 정치적 책임에 그칠 수 있지만 롯데그룹이 K스포츠에 7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가 되돌려 받은 데에 우 전 수석이 개입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공산이 크다. 올해 초 K스포츠에 17억원의 출연금을 낸 롯데는 지난 3월 “70억원을 더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롯데는 35억원으로 줄여달라고 했지만, 결국 5월 초쯤 70억원을 K스포츠에 송금했다. 그런데 K스포츠는 10여일 후 “구상했던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며 전액을 다시 롯데에 돌려줬다.
그러나 70억원 반환의 진짜 이유가 6월 10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롯데 비리 수사라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70억원 명목이 ‘수사 무마’였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최씨 측이 돌려준 게 아니냐는 말이다. 사정(司正)의 컨트롤타워인 우 전 수석이 검찰의 내사상황 등을 최씨 측에 전해 줬다면 그에겐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30일 롯데그룹 소진세 사장과 이석환 상무를 소환하는 등 이 부분을 집중 조사 중이다. 최씨 진술에 따라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씨 사건과는 무관하게, 어쨌든 우 전 수석은 조만간 검찰에 출석해야 할 처지다. 우 전 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은 30일 우 전 수석의 부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데 이어 이번주 그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가족기업 ㈜정강의 회삿돈 유용 의혹, 처가의 화성 땅 차명보유 개입 여부 등이 중점 조사대상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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