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원래 신이었다. 지금 땅에 사는 사람이라도 언젠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면 다시 신이 된다. 그리고 그 신은 불사(不死)의 존재인 영생체가 된다. 즉 하느님이 되는 것이다. 그 후에야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고, 이것이 구원이다.”
영세교의 핵심교리다. 구원은 스스로 깨닫거나 세상에 덕을 쌓는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오직 단 한 개의 통로가 있을 뿐이다. 단군, 미륵, 거사로도 불렸던 칙사가 바로 그분이다. 세상일을 칙사가 친히 할 수는 없는 법. 대리인이 필요하다. 칙사는 스물두 살의 젊은 여성을 선택하고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칙사님은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나게 하는 현몽(現夢)의 능력이 있었다. 전자공학을 공부한 그녀가 단순한 편지에 넘어갈 리는 없다. 칙사께서는 여인에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것도 어머니와 딸 둘만 아는 이야기였다. 칙사는 신령스러운 존재였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복이 있지만, 보고도 믿지 않는 자는 어리석다.
그녀는 1977년 당시 주한 미8군 군목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신앙은 내 인생의 목표이며, 삶의 의미가 돼 왔습니다. 특히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신앙은 나에게 큰 힘이 돼 주었지요.” 그녀는 칙사에게 영과 육체를 지배당하게 되었다.
칙사께서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1994년에 선계로 돌아가시고 그의 다섯째 딸에게 영적 능력을 물려주었다. 제2대 칙사께서는 대한민국을 신계로 만들기로 하였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도 중 한 명을 대통령으로 세우는 것. 캠프에서 생산되는 어리석은 유세 일정표와 연설문을 일일이 손수 다듬어주었다. 창당에 관여하였으며 남편을 비서실장으로 보내어 현지에서 밀착하여 지도하게 하였다.
하늘나라에 계신 제1대 칙사님의 보살핌과 제2대 칙사님 부부의 지도편달 끝에 2013년 그녀는 마침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가르침이 멈출 수는 없다. 이제는 멈추려야 멈출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만큼 가르쳐놨으면 웬만한 것은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다 일러주어야 했다. 오죽하면 칙사님도 “해외에 나가서도 전화를 걸어 일일이 묻는다”면서 언짢아한 적도 있을 정도이겠는가.
완벽한 교육이란 있을 수 없다. 제자가 어느 정도 수련을 하고 나면 하산을 명하는 것이 올바른 스승의 자세다. 여기서 진정한 스승인가 사심이 가득한 사이비 스승인가 판가름난다. 칙사님은 그녀가 대통령이 되고 그 옆에 수많은 보좌진을 둘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영혼을 지배하려 들었다. 보좌진을 자신의 수족으로 채웠다. 칙사의 사랑은 끝이 없다. 칙사는 청와대를 비서관의 차로 자기 집처럼 드나들면서 대통령의 옷과 장신구를 지정해 주었으며, 안보기밀을 살펴보고, 친히 대통령의 연설문을 다듬었다.
그녀는 판단력을 점차 잃어갔다. 원래 없었던 것 같지는 않다. 미국 국방연구원의 오공단 책임연구원은 그녀가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에 다닐 때 “늘 과제물을 기한 내에 잘 제출하였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고 간결하게 잘 전달해, 내 수업에서 A 학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녀가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같은 암호문을 말할 지경에 이르렀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 앞에 있던 그 많은 장관이 고개를 갸웃하지도 않으면서 저 말을 받아 적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하다. 칙사님의 말씀은 원래 의심하지 않고 받아 적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무당에게는 복채를 주고 하다못해 노름 구경꾼에게도 개평을 주는 법이다. 보답의 크기는 은혜와 비례한다. 산술급수적인 비례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인 비례다. 시작점에서 변곡점까지는 기울기가 아주 작지만 변곡점 이후에는 수직상승하는 그래프를 생각하면 된다. 통일은 대박이요,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는데, 그깟 복채를 아낄 필요가 없다. 복채도 품위 있고 지속가능하게 드려야 한다. 칙사의 다른 이름이었던 미륵 재단을 세우기로 한다. 한 개보다는 두 개가 안전하다. 미륵을 둘로 쪼개니 미르와 K가 된다.
사이비 종교를 가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도자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요구하면 사이비다. 목사에게, 스님에게, 칙사님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한다면 그것은 사이비다. 사이비를 편드는 사람 역시 사이비다. 지난 주 일요일 목사님의 설교와 스님의 법어를 기억해 보시라. 그가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
종교 집단과 교인이 상식 밖의 행동을 한다면 사이비다. 근무시간에 비서실장도 모르게 일곱 시간 동안 사라진다든지,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경제부총리 얼굴을 보면서 보고 듣기를 싫어한다든지, 추모식장에 가서 상주 대신 엉뚱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를 한다든지, 비서가 포크를 가져다주기 전까지는 햄버거에 손을 대지 않는 것 같은 비사회적인 또는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은 사이비종교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불 위를 걷는 사람, 심령술사, 외계인에게 납치됐다 돌아온 사람, 영생주의자, 현몽술, 창조과학처럼 이상한 것을 믿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희망이다. 그들은 더 나은 행복과 만족을 찾아 앞날을 내다보는 사람들이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비현실적인 약속을 붙들거나 불관용과 무지를 고집하고 타인의 삶을 가볍게 여김으로써 더 나은 삶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래의 삶에 집착한 나머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사회와 나라를 지키려면 그들을 솎아내는 수밖에 없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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