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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안종범, 입 맞춘 듯 모르쇠 일관… 朴대통령 보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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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안종범, 입 맞춘 듯 모르쇠 일관… 朴대통령 보호 전략?

입력
2016.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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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죽을 죄 지었다" 했지만

변호사는 "감정의 표현일 뿐"

'靑 문건' PC 관련성도 부정

安, 미르 총장 만났다면서도

"재단 운영 개입 안해" 변명만

"범죄 인정 땐 윗선 추궁 우려 탓"

사태 수습 시나리오 있을 수도

왼쪽사진부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왼쪽사진부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순실(60)씨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볼 만한 정황들은 한둘이 아니다.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두 재단의 설립ㆍ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증거나 증언들도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격에 해당하는 이들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그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최씨는 지난달 31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죽을 죄를 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중 최씨를 긴급체포한 검찰은 “각종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앞서 최씨가 사죄의 뜻을 표명한 데 대해 “현재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나 감성의 표현이지, 법적 판단의 표시라고 볼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최씨는 청와대 내부 문건이 무더기로 저장돼 있던 태블릿PC와 자신의 관련성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태블릿PC를 사용할 줄도 모른다”고 했다. 이 태블릿PC는 최씨의 국정 개입 정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더욱이 대통령 연설문뿐만 아니라 외교ㆍ안보, 경제정책 등 군사기밀이나 공무상비밀 성격의 문서들까지 PC에 저장된 사실이 드러나 ‘범죄혐의 구성’이 보다 수월해졌다. 민간인인 최씨에게 법적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군사기밀 탐지 등은 신분에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태블릿PC를 확보한 것이 아니라 이를 입수한 JTBC로부터 제출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최씨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버텨 결정적 증거를 무력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들 만하다. 하지만 태블릿PC에 최씨의 개인 사진까지 저장돼 있는 등 최씨 것으로 볼 정황이 많아 이를 반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마저 지난달 대국민 사과에서 “대선 때 연설문 등의 표현에 대해 (최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취임 후에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고 인정한 상황이다.

핵심 의혹에 대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안 전 수석도 마찬가지다. 미르ㆍK스포츠의 ‘강제 모금’을 자신이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다 했다. 내가 기업들에 돈 내라고 할 정신도,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을 수차례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재단 운영엔 개입하지 않았다”는 설득력이 낮은 변명만을 내놨다. 게다가 그는 “최씨는 정말 모르는 사람”이라고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현식 전 K스포츠 사무총장, 더블루K 전 대표 조모씨 등은 “최씨가 ‘안 선생을 만나보라’고 한 다음에 안 전 수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두 사람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공통된 증언을 내놓고 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이 같은 모르쇠 전략은 특정 시나리오에서 두 사람이 ‘입 맞추기’를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월 처음으로 미르ㆍK스포츠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미 사태 수습용 시나리오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두 재단의 ‘순수성’만큼은 유독 강조했는데,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번 파문을 봉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즉 대통령 연설문 수정이나 모금 개입 등 객관적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선의로 나라를 위해 했다는 식이다.

이는 결국 박 대통령한테까지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들이 순순히 본인의 범죄혐의를 인정해 버릴 경우, 여론은 당연히 ‘윗선’인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까지 캐내라는 쪽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라고 헌법에 명시돼 있긴 하더라도 그러한 요구가 빗발치면 박 대통령은 한순간에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해 버린다는 말이다. 검찰이 이 부분까지 규명하기 위해선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사용한 ‘대포폰’(차명폰)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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