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3선 10여명 탈박 행렬
최경환 의원은 줄곧 잠행
“버티면 박 대통령만 위기” 여론
새누리당 친박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최근 친박계 지도부 퇴진 요구 명단에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속속 이름을 올리는 등 엑소더스(대탈출) 징후가 뚜렷하다. ‘정치적 동지’ 성격이 컸던 친노계는 스스로 폐족(廢族)이라는 진단을 내리고도 부활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에워싸고 거기서 나온 권력을 나누려는 목적으로만 결집한 친박계는 이대로 사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친박계 해체의 신호탄이 될 지도부 사퇴는 이제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대표는 청와대 정무ㆍ홍보수석을 맡으며 박 대통령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좌한 만큼 당의 간판으로서는 부적절하는 평가가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해명한 순간 이 대표는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며 “연설문 수정 옹호 발언 등에서 드러난 인식이나, 이후 보인 위기 대처능력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와 강성 친박계인 조원진ㆍ이장우 최고위원이 일단 버티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박계나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 가운데 지도부 사퇴 요구에 동참하는 숫자는 늘고 있다. 지금까지 초선 성일종ㆍ송석준ㆍ정유섭 의원 등에 더해 3선 이학재ㆍ재선 유의동 의원 등 줄잡아 10여명이 탈박(脫朴) 대열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129명의 절반에 가까운 60명가량이 지도부 사퇴 요구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된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은 이번 사태 이후 줄곧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친박계 결사항전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꼽히지만, 대외적으로는 언급을 삼가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이 점심ㆍ저녁으로 만나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고 하는데 이렇다 하게 내놓는 게 없다”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예고처럼 20명가량의 강성 친박만 남아 위세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당내 헤게모니를 놓지 않겠다는 태도가 친박계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박계가 버틸수록 탈당 요구 등 박 대통령은 더욱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친인척 비리 등으로 국정동력 상실의 위기에 몰렸던 2011년 11월 당시 친이계가 ‘박근혜 비대위’를 수용했던 것과 비교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비대위 출범 이후 친박계 주도의 공천학살로 결과적으로 친이계는 몰락했지만 여권 전체로서는 정권재창출을 이루는 밑돌을 놓았다”며 “지금은 친박계가 무작정 버티기만 하니 정무적 판단 능력도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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