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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2차관 등 문체부 인사 장악... 대기업 수사로 압박해 자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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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2차관 등 문체부 인사 장악... 대기업 수사로 압박해 자금 마련

입력
2016.11.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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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의혹의 최순실 씨가 운영한 모임에 '문화계의 황태자'로 알려진 차은택 씨가 지난 2014년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상명대에서 열린 융복합공연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말을 경청하는 모습.
'비선실세' 의혹의 최순실 씨가 운영한 모임에 '문화계의 황태자'로 알려진 차은택 씨가 지난 2014년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상명대에서 열린 융복합공연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말을 경청하는 모습.

문화체육 관련 사업들은 사실 경계가 모호하다. 모두가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손에 딱 잡히는 무언가가 없는 분야라서다. 얼굴 비추고 생색 내기엔 좋지만, 또 그만큼 뒷말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순실(60), 차은택(47)씨가 파고든 것도 이런 문화체육 분야 사업의 허점이었다.

최씨 주변 인물들의 주장과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최씨는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재단이나 회사를 차려서 문화체육 관련 사업을 해볼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체육사업은 승마선수로 뛰고 있었던 딸 정유라(20)씨와 관련된 것이고, 조카 장시호(37)씨를 통해 알게 된 차씨를 통해 문화사업도 생각했다는 게 정설이다.

시작은 2013년 10월 김종 한양대 교수의 문체부 2차관 발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인사 등 이런저런 청탁 통로가 김 2차관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 전 장관이 따라주지 않자 2014년 7월 면직시키는 방식으로 쫓아낸 뒤 차씨의 홍익대 은사 김종덕씨를 장관으로, 광고계 은사인 송성각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으로 불러들였다.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대 교수도 2014년 11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된다. 차씨 본인도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을 거쳐 문화창조융합본부 본부장 자리에까지 오른다. TV조선은 최씨와 차씨측에서 이미 2014년 6월부터 문화융성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실행계획을 짰고 이를 뒷받침할 인사들이 배치됐으니, 이후는 그들 세상이었다.

이후 작용한 힘은 크게 세가지다. 하나는 차씨를 중심으로 한 홍대 인맥과 광고계 인맥, 두 번째는 최씨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김종 전 2차관의 체육계 파워, 마지막은 혹독한 대기업 수사다.

차씨의 홍대 인맥과 광고계 인맥은 온갖 설을 부채질했다. 홍대 은사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차은택 사업’이란 꼬리표가 붙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예산을 크게 2019년까지 7,176억원 규모로 잡았고, 국회의 공세 속에서도 이 예산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체부 몫인 뉴욕ㆍ파리 한국문화원장도 광고계 인사 차지가 됐다. 문체부는 “공무원보다 문화ㆍ홍보 전문가들을 우대하는 추세”라며 억울해하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코디 최가 선정된 것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코디 최는 문화창조융합본부 지식융합감독으로 일했고, 그를 뽑은 이대형 예술감독은 홍대 인맥이다. 이 감독은 이런 의혹에 대해 “코디 최는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해외에서 주목 받는 작가”라면서 “지금 같은 방식으로 의혹을 제기한다면 나를 예술감독으로 뽑아준 문화예술위원회 심사위원들을 위해서나, 나의 명예를 위해서나 법적 대응을 해서라도 결백을 밝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 전 2차관은 의혹의 종합선물세트격이다. 2013년 정유라씨 이름을 노출시킨 승마대회 갈등 이후 ‘체육계 개혁’이란 이름 아래 벌어졌던 정화 운동을 통해 정유라 지키기에 나선 데 이어 최씨의 K스포츠재단을 위해 기존 체육인재육성재단을 해산했다거나, 2014년 10월 전국체전 때 정유라씨를 위해 경기장을 제주에서 인천으로 바꿨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유진룡 전 장관 이후 문체부 장관 인사를 최씨에게 추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혹독한 대기업 수사 얘기도 여기서 나온다. ‘친기업’을 내건 보수정부에서 대기업 수사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 박근혜정부는 CJ, 롯데 등을 아주 혹독하게 수사했다. 전경련을 창구로 800억원대 자금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으로 흘러 들어가고, 스포츠단을 축소하는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 정유라씨에게 말과 승마장을 지원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되는 차씨의 광고회사가 현대기아차 광고 물량을 싹쓸이했으며, CJ가 1조원대 돈을 들여 경기 고양시에 한류테마파크 ‘K컬처밸리’ 사업을 진행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앞두고 조양호 회장이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것도 K스포츠재단 등 최씨 사업에 협조하지 않아서라는 얘기들이 나돈다.

기업들은 이런 의혹에 대한 손사래를 치지만, 업계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한 관계자는 “수사 칼날이 춤추고 있으면 기업은 당연히 눈도장 찍을 데를 찾게 된다”면서 “다만 그 곳이 ‘최순실’과 ‘차은택’이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고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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