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위는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 세우겠다"
김기춘(사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권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60)씨의 존재를 “모른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비서실장 당시 최순실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보고 받은 적 없고 알지 못한다.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의 존재도 모른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시국 수습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김 전 비서실장이 최순실 국면을 장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 사태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짧게 언급했을 뿐 “최근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 받는가” 등 모든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날 열린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위 출범식도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실패 책임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탄생을 기념하는 각종 사업을 강행하는 게 올바른 처사냐는 비판이다. 특히 추진위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기로 해 비난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된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산업화를 부정해서는 안되며 박 전 대통령을 기리는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극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날 출범식은 원래 예정된 행사일 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서울에 변변한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없어 국민이 뜻을 모아주면 모금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등이 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전두환ㆍ노태우ㆍ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박관용ㆍ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추진위는 내년 11월 14일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을 맞아 특별기획전과 기념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별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1,800억원에 달한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연일 터져 나오는 광화문광장에 독재의 상징인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는 발상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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