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병영생활관(내무실) 현대화에 7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6곳 중 1곳은 10년 뒤 생활관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부대 재배치나 병력축소 계획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생활관 현대화에 돈을 쏟아 부은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국민 혈세가 1조원이 훨씬 넘는다.
기획재정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병영생활관 현대화사업 심층평가 결과(본보 2015년 11월6일 1면)를 발표했다. 2004년부터 국방부가 추진한 병영생활관 현대화사업은 침상형 구조의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바꾸고, 화장실과 체력단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국방부는 당초 총 7조1,000억원 예산을 집행해 2012년까지 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해 현대화사업을 더 진행해야 한다면서 추가 예산을 요구했고, 기재부는 예산 요구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따져보겠다고 작년 10월 심층평가에 착수했다.
평가 결과 국방부는 당초 목표치(519만2,000㎡ㆍ683대대분)의 95.8%(497만6,000㎡ㆍ638대대분)에 해당하는 생활관 현대화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 가운데 84만㎡(108대대분)가 향후 병력 축소 등 군 구조개편사업에 따라 2026년이 되면 생활관으로 사용되지 않는 잉여공간이라고 지적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부대 재배치, 병력 운용 계획 등이 바뀌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0년 뒤에는 사용하지 않을 공간에 1조2,000억원 가량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정작 필요한 곳은 현대화사업이 누락됐다. 지난해 국방부가 추가 예산을 요구한 것도 사업이 완료된 2012년 이후에 창설됐거나 당초 해체에서 존속으로 계획이 변경된 부대의 생활관(94만5,000㎡·121대대분)에는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어떤 식으로 예산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집행 내역도 기록해 두지 않았다.
기재부는 내년 2월말까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들 잉여면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추가 예산 소요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국방부에 요구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새롭게 제출하는 방안에 따라 예산 요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 최소 규모로 사업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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