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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협동조합 봇물… 3년 만에 2곳서 32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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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협동조합 봇물… 3년 만에 2곳서 32곳으로

입력
2016.1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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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신청ㆍ준비 포함하면 48곳

1년 새 3배 급증… 주로 매점형

“수익만 좇는 위탁업자 불만 탓”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로 공통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ㆍ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학교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 조직.’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정의한, 학교협동조합의 뜻이다.

국내 학교협동조합 논의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산 안창호와 남강 이승훈 등 개혁가가 전국 곳곳에 세웠던 학교는 협동조합이 결합된 부락 형태였다고 한다. 학교협동조합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다. 이후 금융과 보험을 뺀 어느 영역에서든 5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급증은 최근 일이다. 2013년 9월 경기 복정고, 서울 영림중 등 2곳에서 시작된 학교협동조합은 그 이듬해와 지난해 각 7곳씩 늘더니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16곳이 추가 설립돼 전국적으로 모두 32곳이 운영되고 있다. 교육부에 인가를 신청했거나(6곳) 준비하고 있는 학교(10곳)까지 포함하면 학교협동조합은 50곳에 육박한다. 1년여 새 3배로 급증하는 셈이다.

3일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학교 학생들이 점심 시간에 학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점 ‘그냥가게’에서 간식을 구매하고 있다. 판매원이 학부모들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3일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학교 학생들이 점심 시간에 학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점 ‘그냥가게’에서 간식을 구매하고 있다. 판매원이 학부모들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가장 큰 배경은 위탁사업자에 대한 불만이다. 학교에서 쓰이는 제품은 경쟁입찰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만 계약 이후에는 독점시장으로 변질된다. 사업자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위생이나 소비자 건강 같은 가치를 도외시할 수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우리가 스스로 해 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학교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가장 많이 채택되는 유형이 매점(賣店)형이다. 설립 준비 중인 조합까지 총 48곳 가운데 30곳이 이런 형태다. 하지만 돌봄 및 방과후교실 모델이나 현장 체험학습 모델 등으로 유형이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부산 금성초등학교는 교통이 불편한 지리적 위치 탓에 좋은 방과후 강사를 구하지 못하면서 불가피하게 학교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한 사례지만, 마을 내 인적 자원들과 금성산성이라는 지역적 환경을 잘 활용해 전화위복을 이뤄냈다.

학교협동조합은 교육적 가치도 크다. 먼저 민주적 의사 결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학교협동조합 이사회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대등하게 만나는 공간이다. 박주희 학교협동조합 지원네트워크 연구위원은 “학생 이사가 자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성인 이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나 학부모 교사에게나 의미 있는 배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의 필요를 사업적 방식으로 풀어가며 학생이 문제 해결 능력을 습득하게 될 수도 있다.

난관도 없지 않다. 김임영 서울 국사봉중 학교협동조합 이사장은 “등기이사가 학부모인 경우 자녀가 졸업하면 임원을 변경해야 하고 공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일이 워낙 잦아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서울시 학교협동조합이사장네트워크가 교육부와 공증 면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윤우현 국사봉중 교사는 “사회적 경제를 익히고 스스로 연대의 필요성을 배울 수 있게 제대로 된 협동조합 교육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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