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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몰랐나?!] 찬바람 불면…공연장은 기침대란

입력
2016.1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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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무티가 1월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시카고심포니 내한공연에서 말러 1번을 지휘하고 있다. 무티는 관객 기침이 심해 장내가 어수선하자 3악장에서 연주를 멈춰버렸다. 빈체로 제공
리카르도 무티가 1월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시카고심포니 내한공연에서 말러 1번을 지휘하고 있다. 무티는 관객 기침이 심해 장내가 어수선하자 3악장에서 연주를 멈춰버렸다. 빈체로 제공

지난 1월 28일 저녁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미국 시카고심포니의 말러 교향곡 1번 3악장 시작 부분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팀파니가 동요 ‘마르틴 형제’ 멜로디를 따라 연주할 때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갑자기 연주를 중단시킨 것. 1부 베토벤 교향곡 5번 연주 때부터 내내 돌림노래처럼 기침이 이어지는 객석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 장면은 ‘화려한 단상 시절 마지막 사자’(2008년 뉴욕타임스)로 불린 무티의 까칠함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찬바람 부는 계절이 돌아오며 이런 장면이 다시 연출되지 않을지 공연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력 17년차 LG아트센터 하우스매니저 이선옥씨는 “극장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11월부터 3월 초까지 객석 난방을 시작하면 ‘기침 대란’이 발생한다”며 “미리 생수를 사서 공연장에 가져가시라고 안내하고 공연 전 방송도 한다. 극장에 따라서는 ‘기침 사탕’을 로비에 비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연주는 잔향(음원 진동이 그친 후에도 음이 계속 들리는 현상)과 소리 공간감(중저음의 비율)이 공연 성패를 좌우해 ‘기침 대란’의 여파를 특히 민감하게 받는다. 국내 굴지의 한 콘서트홀 홍보담당자는 “교향곡 악장과 악장 사이에 한꺼번에 터지는 기침 소리는 데시벨로 측정하고 싶을 만큼 심한 편”이라며 “해외에서도 공연 중 심한 기침이 종종 구설에 오르지만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내한공연 할 때 객석 기침으로 당황하거나 웃는 걸 보면 국내가 한 수 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중 기침’의 원인은 뭘까. 서울시 관계자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등 1,000석 이상 공연장 31곳의 공기질을 연중 2회 평가한다”며 “지난해 기준치를 벗어난 극장은 한 군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 공연장 공기질 평가 항목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로 기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의 기준은 일평균 1㎥ 당 150μg이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이 일평균 m³당 50μg, 국내 권고 기준이 100μg임을 감안하면 서울시 평가 기준을 넘지 않는다고 해서 공연 보기 좋은 환경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최천웅 강동 경희대병원 교수는 “공연장 대부분이 무대를 원목으로 쓴다거나 소음을 줄이기 위해 카페트를 까는 등 건조한 환경”이라며 “미세먼지 기준을 넘지 않아도 전반적으로 먼지가 많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고 겨울철 난방을 시작하면 더 건조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경우 여름 평균 온습도는 23~24도 55~60%, 겨울은 이보다 낮은 21~22도 40~50%를 유지한다.

니트나 털 코트 등 먼지가 많이 날리는 옷도 겨울철 기침 대란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 교수는 “코감기에 걸려 콧물이 기도로 흐르면 기침을 유발할 수 있고, 감기약이 코와 목을 건조하게 만들어 기침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감기 환자가 많은 것도 겨울철 ‘공연장 기침’이 많아지는 간접적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심리적인 이유도 크다. 심윤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이라며 “연주 중 기침하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 때문에 오히려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한 명이 기침을 하면 따라 하게 되는 심리적인 기침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르스가 유행했던 지난해 6월 열린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의 내한공연, 올해 2월과 7월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에서 객석에서 기침이 거의 없었다. ‘기침 대란’은 관람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멈출 수 없는 기침에는 어떤 대처가 효과적일까. ‘수능의 왕도는 교과서’처럼 뻔한 답일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물과 사탕을 추천했다. 심 교수는 물과 사탕을 삼키면 “목에 긴장감을 풀 수 있고 자연적으로 침이 나와서 목과 입 습도가 올라간다”고 했다. 최 교수는 “공연 전 미리 물을 마시는 게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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