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참가자 1주일 새 2만에서 20만으로
靑 금명 국회에 총리청문회 요청서
여야 영수회담도 제안할 것
“野도 靑ㆍ與와 절충 모색해야 ” 지적도
성난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마저도 거부했다. 지난 주 2만개였던 촛불은 1주일 새 20만개로 번지면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함성은 거세지고 있다. 이를 지켜본 청와대는 침묵하며 수습책 마련에 골몰했다. 정치권에선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한 방안이 백가쟁명 식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친박계ㆍ비박계 간 내홍으로 국정 수습을 주도할 능력을 상실했고, 야권은 “박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우선”이라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참가한 시민은 주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4만3,000명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차 대회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종로3가와 서울광장 방면으로 나뉘어 5㎞ 구간에 걸쳐 거리행진을 벌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외쳤다. 부산과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 도시에서도 10만여명이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참석 인원이 급증한 것은 정당이나 시민단체 소속이 아닌, 조직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때문에 가능했다. 주최 측이 당초 5만명의 참가를 예상했을 정도로, 민심의 분노는 생각보다 거셌다. 주최 측은 “박 대통령이 2차 대국민사과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최순실씨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려고 하는 태도에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라며 “2주 만에 박근혜 정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들은 30만명 참가를 목표로 한 3차 촛불집회를 12일 열기로 했으며,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1만명이 참가하는 전국당원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3차 집회가 정국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은 6일 청와대에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 비서실장은 “어제 광화문광장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준엄한 뜻을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국민의 의심, 한줌의 의심도 없이 진상을 밝히는데 있어서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최대한 협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은 전날에도 전원 출근해 집회 상황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주말 동안 관저에 머물며 추가 수습책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사과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거국중립내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에선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김 후보자에게 권한을 위임해 힘을 실어주고, 책임총리제를 공식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이르면 7일 국회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송부하고, 한 비서실장을 통해 국정수습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회로 와 직접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국정 협조의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3대 선결조건 수용을 재차 촉구하며 “대통령만 결단하면 문제는 풀린다. 그것이 빨리 국정을 안정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앞서 ▦김 후보자 내정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대통령의 2선 후퇴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 수용을 조건으로 걸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본보 통화에서 “청와대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한다면 파국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김 후보자의 내정 철회와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국정 위기 상황에서 야당이 청와대와의 대화 창구마저 닫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외교안보의 중대 변수인 미국 대통령 선거(8일)와, 악화하는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야당도 대여공세와 별개로 청와대와 새누리당과의 절충점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염동열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정정상화와 민생 안정을 위해 야당의 대승적이고 초당적인 협력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철회할 경우 영수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영수회담에 응할 경우 청와대의 국면전환 시도에 들러리만 섰다는 비판을 우려하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