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병원 진료 받거나 함께 의료 지원한 한국인 수소문
스웨덴 퇴역 장교가 6ㆍ25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구호활동을 펼친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이하 스웨덴병원)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지금껏 공개된 적 없는 스웨덴병원의 사진이 영상으로 활용되는데, 병원 활동시기(1950년 9월부터)를 고려하면 부산의 피란민 생활상을 엿볼 소중한 사료가 될 전망이다.
주한스웨덴대사관은 6ㆍ25 때 스웨덴 의료부대를 주제로 한 다큐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Let us never forget)’ 제작을 위해 당시 스웨덴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의료지원을 했던 한국인을 찾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내년 상반기 제작 완료를 목표로 한 이 다큐는 참혹했던 한국전 당시 아군과 적군,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치료한 스웨덴 의료부대의 활동을 주제로 삼았다.
스웨덴병원은 1950년 9월부터 전쟁이 끝난 1957년 4월까지 줄곧 부산에서 의료활동을 펼쳤다. 초창기 서면의 부산상고에서 진료를 보다가 1955년 5월부터 남구 국립부산수산대(현 부경대)로 옮겨 활동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에는 명칭을 ‘부산스웨덴병원’으로 바꿔 민간구호에 나서는 등 6년 6개월의 체류기간 유엔군, 국군, 북한군, 중공군, 민간인 등 무려 200만명 이상의 환자를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작팀이 참전용사들로부터 확보한 사진과 동영상 상당수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희귀자료여서 부산의 옛 생활상을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팀은 이미 한국과 스웨덴 현지에서 상당부분 촬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가지 난제는 당시 스웨덴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의료지원을 함께 한 한국인의 생생한 증언이라고 제작진 측은 밝혔다. 제작진은 인터뷰 명단이 확보되는 대로 촬영팀을 꾸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부산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작을 맡은 라스 프리스크씨는 “다큐는 스웨덴병원의 건립과 활동을 위해 스웨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온 참전용사와 한국인들의 이야기”라며 “두 나라의 오늘날 국제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아주 중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 판문점 중립국감시위원회(NNSC)에서 스웨덴 대표로 근무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프리스크씨는 2006년 퇴역 후 스웨덴군 영화협회 이사장으로 있다.
스웨덴병원의 활동지역이던 부산 남구도 도움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스웨덴병원에서 진료 또는 근무했던 사람은 남구 문화체육과(051-607-4075)로 연락하면 된다.
한편 이번 다큐 제작은 스웨덴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작업체 ‘아카 필름(AKA-Film)’이 맡았다. 1928년 설립된 아카 필름은 유럽 최대 다큐 아카이브로 유명하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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