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ㆍ정몽구ㆍ구본무 등 7명은
작년 7월 朴 대통령 비공개 면담
대화 내용 전모 직접 조사 불가피
CJㆍ롯데ㆍSKㆍ한화 등은
정부 요청 거부 어려웠을 상황
기업들 “압박 따른 피해자”주장
안종범 다이어리 폭발력 주목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을 전수조사하기로 하고, 일부 재벌 총수의 소환 조사를 시사함에 따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들을 상대로 재단 강제모금을 진두지휘했느냐는 점도 관심사지만 기업들이 그 대가로 일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형사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두 재단이 설립된 뒤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무려 774억원의 출연금을 낸 과정에 비선실세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강요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안 전 수석은 시종일관 “대통령의 업무상 지시를 적법하게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강제모금’의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지만 강요를 받았다는 기업 측 조사를 빼놓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미르ㆍK스포츠가)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한 일”이라고 과연 기업들이 이런 순수한 취지로 거액의 출연금을 내놓았는지는 기업 쪽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 검찰은 우선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7월 24~25일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과 만남의 전모가 드러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 대통령은 7월 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청와대 오찬간담회를 가진 뒤 이튿날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총수 7명을 따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7일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비공개 면담을 갖게 된 경위와 논의 내용 등이 적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 전 수석의 다이어리를 추가로 제출 받아 살피고 있는 것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총수들과 독대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보다 구체적으로 출연금 액수의 규모를 언급했는지 등을 밝히려면 총수들을 직접 조사하는 수밖에 없다. 대기업 총수들이 한둘도 아니고 무더기로 검찰에 소환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업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출연금을 내놓은 피해자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 총수들이 박 대통령과 독대에서 일종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대기업들은 각각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었다. 수감 중이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3년 받은 신장이식수술 때문에 건강이 악화돼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었고,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던 때였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특별사면을 기대했다.
이 같은 민원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출연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되면 기업들도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어 파장은 만만치않다. 박 대통령은 물론 안 전 수석과 최씨의 혐의도 뇌물죄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동시에 총수들이 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얼마나 사실을 털어놓을 것인지도 미지수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