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의 총리 후보자 추천을 수용하기로 했다. 또 새 총리에게 내각 통할 권한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전격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부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오늘 이렇게 정 의장님을 만나러 왔다. 고견을 부탁 드린다”고 인사한 뒤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어렵다”면서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조선 해운 구조조정 본격화되고 있다”며 경제 위기를 강조했다. 이어 “이런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해서 경제를 살리고 서민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으고 국회가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정 의장은 “대통령께서 어려운 걸음을 하셨다”고 인사하고 “대통령의 위기는 국정의 위기이고 국가적인 위기인 만큼, 걱정이 많은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럴 때일수록 민심을 잘 받들어야 한다”며 “지난 주말 국민들이 보여준 촛불 민심을 잘 수용해서 이 위기를 극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꼭 삼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의 면담은 13분 만에 끝났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총리 후보자로 좋은 분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마음을 다 비우고 왔다고 들었다”면서 “상황이 진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이 박 대통령와 여야 대표들 간 영수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ㆍ총리 추천권 국회에 이양’을 수용하면서, ‘최순실 정국’을 풀기 위한 영수회담이 이르면 이번 주 중에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김 후보자는 2일 지명된 이후 엿새 만에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영상] 박 대통령 국회방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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