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갤럭시노트7 단종의 상처도 가시지 않았는데 검찰 수사까지….”
삼성전자 직원들은 8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6시40분부터 서울 서초 사옥으로 들이닥친 20여명의 검찰 수사관은 오후6시까지 하루 종일 대외협력담당 사무실(27층)은 물론 그룹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40층)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관련 문서들을 수거했다. 삼성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후 8년 만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대외협력스포츠기획팀장(전무)의 집무실과 자택 등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모녀의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이날 사건의 파장이 총수까지 미치지 않을 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이 앞으로 어느 선까지 소환할 지 가늠할 순 없다. 특히 책임 경영에 나선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가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침통과 우려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등기이사로 선임될 때만 해도 이 부회장의 전면 등장은 갤럭시노트7 사태로 인한 삼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책임 경영의 리더십을 보여달란 희망과 주문도 쏟아졌다. 그러나 상황은 개선되긴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 발화(發火)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채 오리무중이다. 원인을 모르면 해결책도 나올 수 없다. 더구나 삼성이 승마협회를 거치지 않은 채 최씨 모녀에게 직접 송금한 사실은 내부에서조차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어 2011년3월 이후 북미 지역에서 판매된 일부 전자동 세탁기 모델 총 280만대를 리콜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연이은 리콜 사태에 대한 전면 사과광고까지 냈다. 평상시 같으면 올해 사업 마무리와 함께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매진해야 할 때지만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토로하는 직원들이 많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된 연말 인사 또한 어려운 숙제다. 한 삼성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직원들 사기가 추락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재용 체제는 출범하자 마자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오히려 바닥을 친 만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없잖다. 야심작으로 준비 중인 갤럭시S8과 인공지능(AI) 솔루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현금 창출원인 반도체 부문도 안정적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ㆍ합병 등을 이끈다면 삼성전자의 정상 궤도 진입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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