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립적인 기관이 맡아야”
특정병원, 다른 병원 관리 불가능
투명ㆍ공정성 차원서 논란 불보듯
“복지부 산하 별도 조직이 바람직”
2. “복지부 장관이 밀어주나”
병원장이 朴대통령 주치의 출신
갑작스런 후보 거론에 의혹 제기
복지부 “결정된 게 없다” 선 그어
정부가 연명의료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서울대병원에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 병원에 맡기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다, 고 백남기씨 연명의료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도 있어 우려된다는 것이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2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환자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지정될 전망이다.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존엄한 죽음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 19대 국회를 통과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별도 조직을 두는 식으로 추진되는 게 유력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안이 유보되고 서울대병원이 후보로 거론되면서 의료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서울대병원은 백씨 사건과 관련해 가족들이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함으로써 관련 논란을 자초한 곳이다. 여론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이미 적절하지 못한 판단을 했는데, 연명의료 전반을 관리 또는 감독하게 둘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연명의료와 관련된 사안을 결정할 때 주치의가 환자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며 “서울대병원은 오히려 교육을 받아야 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병원이 다른 병원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느냐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각 병원이 앞으로 마련될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명의료 또는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따져보려면 독립적인 기관이 맡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동익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은 “의료기관에 의료기관 관리를 맡기는 것은 투명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사무총장은 “의료인 입장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들여다볼 사안인데, ‘가재는 게 편’이라고 의료기관이 맡으면 결국 의료인 중심의 연명의료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어떤 연명치료는 수익성이 있고, 어떤 건 적자일 수 있는데 병원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기관이 맡아야 한다”며 “특정 병원이 아닌, 복지부 산하의 독립된 기관에서 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지정을 놓고 갑작스럽게 서울대병원이 거론되자 일각에선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맥 때문에 서울대병원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으로 5월 서울대병원장으로 부임한 서창석 원장은 정진엽 복지부 장관과 같은 서울대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출신이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정부 기관보다는 좀 더 전문성이 있는 기관에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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