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재도전엔 부정적 기류
미셸 오바마 대선 도전 목소리도
힐러리 클린턴의 정치생명은 대선 패배로 사실상 마감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령과 건강도 장애지만, 이후 대권 3수에 도전한다고 해도 이번 선거의 패인으로 작용한 비호감 기득권 이미지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 문제를 극복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외신들은 클린턴의 대권 재도전 가능성을 부정하며, 조만간 정계 은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클린턴은 전직 국무장관으로 40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신문은 분석의 근거로 만 69세인 클린턴이 다음 대선이 치러질 2020년이면 73세가 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들었다. 클린턴이 실제 대선에 재차 나선다면 2008년 존 매케인(당시 71세)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이 세운 최고령 대선 후보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이번 선거 기간 내내 그를 따라다닌 ‘건강이상설’을 고려할 때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인 상당수가 클린턴을 ‘비호감 엘리트’로 바라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점도 대선 재도전설을 잠재운다. 미국 언론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정직하지 않은 후보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라며 “이메일 스캔들 등 부정적인 이미지는 씻어지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스캔들도 계속 클린턴의 발목을 놓지 않을 전망이다. 추문 당시 클린턴은 인터뷰에서 “남편은 보수진영이 꾸민 거대한 음모의 피해자이다”라며 오히려 두둔하고 나서 빈축을 산 바 있다. 남편의 성추행 피해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운 클린턴이 여성권익 신장을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유권자들의 판단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뉴요커호텔에서 선거결과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한 클린턴은 시종일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패배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이 고통이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누군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다”라며 머지않아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음을 희망했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정계를 떠나는 클린턴이 명예롭게 퇴진할지는 미지수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마지막 유세에서까지 “클린턴을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각종 스캔들 관련 수사에 얽매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권력을 거머쥔 쪽이 정치보복을 위해 형사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전통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클린턴의 퇴진과 더불어 선거기간 동안 주가를 올린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2020년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등은 “소셜미디어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미셸 오바마를 지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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