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친(親)러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며 쓴 표현이다. 실제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더 이상 멋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고, 푸틴도 “재능 있는 인물”이라고 화답하는 등 ‘브로맨스’(남성 간 친밀한 관계)를 연출했다. 푸틴은 트럼프 당선 직후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에 반색하는 이유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자신들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략 후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의 제재로 심각한 경제 침체에 빠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하고 경제 제재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트럼프 당선 소식에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한 것과 달리 러시아 증시(Micex)는 2.2% 급등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서방의 안보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한다. 시리아에서도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미러 협력을 강조한다. 러시아 대통령궁 측은 “외교정책에서 푸틴과 트럼프가 얼마나 가까운지 경탄할 정도”라며 향후 관계 개선을 낙관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러시아에 비판적인데다 나토와의 관계도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가 실제로 러시아와의 밀착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가 선거 기간 중 러시아 정부와 교감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러시아와 트럼프 팀이 선거 기간 접촉했으며 이후에도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은 곧바로 이를 부인했지만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을 해킹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폭로한 배후가 러시아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트럼프 측의 ‘해킹 청탁’ 의혹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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