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1.15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1988년 11월 15일 만들어졌다. 국제공정무역기구(FLO) 회원사인 네덜란드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사가 마크를 고안, 멕시코산 수입 커피에 부착한 것을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여러 회원 국가들이 함께 사용하면서 정착했다. 막스 하벨라르는 19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수탈을 다룬 물타툴리(Multatuli)라는 작가의 소설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이라고 한다.
공정무역은 생산-유통-소비의 윤리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구매자와 생산자가 최저 가격이 아닌 공정 가격으로 노동력과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국제무역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대안무역이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저임금ㆍ차별 임금과 아동노동 관행을 근절하고,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며, 구매자도 최저가격이 아닌 합리적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하자는 것이다. 제품 가격 상승 요인은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최대한 상쇄하고, 소비자는 교역 질서를 평등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윤리적 성취감을 덤으로 얻는 장점이 있다.
공정무역은 2차대전 직후 영국의 빈민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 동유럽 등 저개발국 수공예품을 구매하면서 시작돼 60년대 유럽 시민운동의 형태로 확산됐고, 자본주의의 근본을 혁신함으로써 노동뿐 아니라 환경과 인권 등 체제의 고질적인 병폐를 포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글로벌 대안 운동의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FLO는 별도의 공정무역 인증 감시기구를 두고 커피와 카카오 옥수수 차 등 1차 상품과 가공상품의 생산ㆍ유통 과정을 평가,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공정무역 인증 상품은 식음료와 목화, 의류 액세서리 등 3만2,000여 품목에 이른다. 2015년 현재 세계 28개국 1,800여 개 도시가 공정무역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교역 규모는 73억 유로(약 9,300억원).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의 경우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물량이 전년비 무려 27% 증가했고, 커피와 바나나 각각 18%, 12%늘었다. 반면 설탕(사탕수수)은 32% 감소했다.
마크는 “사람이 한쪽 팔을 치켜들고 환호”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희망과 가능성, 성장을 의미한다고 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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