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오래 앓으면 ‘당뇨병성 황반부종’ 의심을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보통 실명은 선천적이거나 사고로 인해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등 3대 망막질환이 가장 큰 실명 원인이다. 이처럼 후천적인 이유로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93.2%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6%가 이 3대 망막질환으로 시력을 잃고 있다.
특히 망막에 출혈이 생기고 신경막이 부어 오르는 당뇨망막병증은 한국인의 실명 원인 1위이지만 실제 당뇨병 환자도 잘 모르고 노안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3분의 1정도에서 나타난다. 혈당을 잘 조절한다 해도 당뇨병에 걸린 지 15년 정도 지나면 발병하게 마련이다. 당뇨망막병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당뇨병성 황반부종’을 알아본다.
“당뇨병 15년 지나면 90%이상 합병증”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최근 7년간 꾸준히 늘어 30세 이상 성인인구 중 8%인 272만명(2013년 기준)이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당뇨병은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으로 인한 불편이 더 크다. 2010~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는 2010년 181만명에서 2014년 218만명으로 20% 늘어나는 동안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 환자는 같은 기간 22만명에서 30만명으로 3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뇨병 환자의 증가율 20%보다 17%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이 당뇨망막병증이다. 당뇨 합병증은 주로 우리 몸의 모세혈관에 문제가 생긴다. 눈에서는 모세혈관이 많은 망막에 합병증이 더 많이 생긴다. 당뇨망막병증 유병률도 당뇨병 환자가 늘면서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당뇨망막병증 진료인원은 2010년 24만명에서 2014년 33만명으로 5년 간 연평균 8.2% 늘었다.
당뇨망막병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이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 중심부(황반)에 부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은 눈 망막 가운데 부분에 있는 지름 3㎜정도 누르스름한 타원형 반점이다. 시(視)세포가 50% 이상 모여 있어 색깔을 구별하는 능력과 시력이 가장 뛰어난 부분이다. 시세포가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고 물체의 상(象)이 맺히는 곳도 황반 중심이므로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물체를 인식하도록 하는 빛 감각층인 황반에 당뇨병으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눈 속에 신생혈관이 자라고, 이 약한 혈관이 터져 눈 안에 피가 고이고 붓게 된다. 이 병이 바로 당뇨병성 황반부종이다.
시야가 흐려지고 글씨가 얼룩져 보이고,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고, 시야가 잘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알지 못한다.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 조기 발견을 하려면 정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 1년에 한 번 안저검사해야”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 합병증이므로 평소 혈당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8.1% 이상이라면 정상인보다 3배 정도로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
하지만 혈당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수록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 결과, 당뇨병 유병기간이 11년 이상이면 처음 진단 받은 사람 보다 당뇨망막병증 발생 위험이 15배 정도 높았다.
대한안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실명 위험이 25배 높으며, 혈당, 혈압, 혈중 지질이 높으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가속화한다. 따라서 당뇨병 유병기간이 긴 환자일수록 안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운 만큼 당뇨병 유병기간에 관계없이 안과검진이 필요하다. 고형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안저검사를 받아야 하며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은 환자는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뇨병성 황반부종 진단은 시력검사 외에 안저검사, 형광안저혈관조영술(FAG), 빛간섭단층촬영(OCT) 등이 포함된 안과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에는 유리체 내 스테로이드 삽입물과 레이저광응고술 등이 쓰이다 최근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생활 속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혈당, 혈압, 혈중지질이 높으면 당뇨망막병증이 빨리 진행되므로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특히 흡연은 당뇨병성 황반부종 발병위험을 높이므로 금연은 필수다.
함돈일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한국망막학회 기획이사)는 “실명이라면 흔히 선천적 실명이나 사고를 쉽게 떠올리지만, 당뇨병성 황반부종처럼 안과질환으로 실명하는 경우도 많다”며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초기에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워 환자가 평소 질환과 위험성을 인식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함 교수는 “조기 발견이 중요한 만큼 당뇨병 환자라면 증상유무에 상관없이 예방적 차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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