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개봉해 "뭣이 중헌디!"라는 유행어를 남긴 영화 '곡성'은 맥거핀을 잘 활용한 영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버섯, 좀비, 악마 등 불가사의한 소재들은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관객의 눈을 사로 잡고,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대체 '맥거핀'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불가사의한 소재? 혹은 속임수?
맥거핀은 영화 시나리오 창작에서 쓰이는 일종의 극적 장치입니다. 맥거핀은 누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등 맥거핀에 관련한 흥미로운 정보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글ㆍ기획=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 4년)
디자인=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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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대화는 맥거핀을 설명하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적인 일화입니다. 그에 따르면 맥거핀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죠.
중요한 점은 그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이미 여섯 마디나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맥거핀은 작품 안에서 별 의미를 갖지 않지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가게 만드는 장치를 뜻합니다.
중요하지도 않은데 뭔가 있는 척하면서 관객을 자꾸 유혹하는 미끼인 셈이죠.
맥거핀은 히치콕 감독이 창안하고 즐겨 썼습니다. 그의 영화 '해외특파원'(1940)에서 극중 암호명으로 처음 사용되었죠. 히치콕은 왜 맥거핀을 좋아했을까요?
맥거핀이 잘 활용된 '싸이코'(1960)에서는 회사 돈 4만 달러를 훔쳐 도망가는 경리 마리온이 등장합니다. 화면은 은근히 돈다발을 조명하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지?
관객은 마음을 졸이며 경리와 돈가방의 행방을 좇지만, 영화가 중반에 이르기 전에 마리온은 살해당하고, 돈가방도 더 나오지 않습니다. 핵심적인 줄거리와는 전혀 무관하면서도 관객을 영화의 한복판으로 데리고 온 것입니다.
이처럼 맥거핀은 바람을 잡으면서 관객을 긴장시키고, 영화에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동시에 핵심 줄거리에 대한 관객의 주의는 흩뜨리면서 반전의 충격을 더욱 효과적이게 만들죠.
이러한 장점 때문에 맥거핀은 오늘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영화에서 활용됩니다. 올해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던 영화 ‘곡성’이 대표적입니다.
‘곡성’의 맥거핀은 외지인입니다. 정확히는 ‘외지인이 마을에 온 이유’죠. 영화 초반부, 경찰 종구(곽도원)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외지인이 마을에 방문한 이유를 추적하며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지만, 영화는 그 이유를 밝히는 데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지난 9월에 개봉했던 영화 ‘밀정’에서도 맥거핀이 쓰였습니다. 의열단 내부에 있는 밀정이 누구일지 궁금하게 만들다가, 중반에 가감 없이 공개해버리죠.
‘밀정’의 김지운 감독은 “누가 밀정인지 쫓는 걸 맥거핀으로 하면서 결국 이정출(송강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영화 ‘싸이코’의 돈가방이나 ‘놈놈놈’에 등장하는 보물지도처럼, 사람들에게 관습적으로 주목 받는 대상이 맥거핀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야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맥거핀은 의도적으로 설치한 장치여야 합니다. 작가가 썼다가 뒤에 가서 까먹었다거나,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활용하지 못한 설정, 소재, 떡밥 등은 작가의 능력 부족이지 맥거핀이 아니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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