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골프계 이슈는 단연 박성현(23ㆍ넵스)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선언이다.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시즌 7승을 거두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집어 삼킨 박성현의 미국 진출 결정에 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축하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뒷말이 많았다. 당초 박성현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올 시즌 마지막 정규대회 ADT캡스 챔피언십에 참가 신청을 마쳤지만 돌연 출전을 포기했다. 때문에 고진영(21ㆍ넵스)과 접전을 벌이던 대상 경쟁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박성현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측은 “박성현이 영어 구사에 걱정이 많아 하루라도 빨리 현지에서 영어 교육을 받기 위해 최대한 출국을 서두르게 됐다”며 “출국 전에 준비를 할 것이 많아 시즌 최종전의 출전을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박성현의 결정에 자신을 키워준 국내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미국 출국 준비에 정신 없어야 할’ 박성현이 15일 오전 경기 여주의 한 명문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진영도 함께였다. 이들은 이날 소속사인 넵스 박용욱 회장과 함께 라운드가 예정돼 있었다. 라운드는 이미 지난달 약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 선수들이 시즌 종료 후 소속사 대표 등과 라운드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소속사의 후원으로 한 시즌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감사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속사 대표 등과 라운드가 비판 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박성현의 이날 라운드는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미국 진출 준비를 위한 시간이 부족해 출전 신청을 했던 시즌 최종전 마저 포기한 선수의 행보로는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갑작스런 출전 포기 결정이 알려지면서 박성현을 아끼고 응원했던 팬들은 그의 국내 고별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박성현은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셈이다. 그렇지만 박성현은 이날 소속사 ‘회장님’과의 약속은 지켰다.
골프 선수들에게 후원사의 존재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한 시즌 안정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이다. 스타급 선수들의 경우 한 해 상금을 웃도는 보너스를 챙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팬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팬이 없는 선수를 후원할 기업체는 없다. 팬들이 아닌 ‘회장님’을 선택한 국내 최고 선수의 국내 무대 마무리가 아쉽기만 하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