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자진 사퇴 가능성 희박” 판단
탄핵 지지 44%로 시민의 2배
성사 가능성엔 의견 갈라져
56%는 “하야 압박이 현실적”
학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잇따라 민심에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탄핵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한국일보가 18일 사회단체와 교수 등 학계 전문가 30명을 상대로 대통령 퇴진 필요성 및 퇴진 방식을 물은 결과 의견 표명을 꺼린 3명을 제외한 27명이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이 중 12명(44.4%)이 탄핵을 바람직한 퇴진 절차라고 답해 일반 시민들의 탄핵 지지 비율(19.8%)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도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이 당장 물러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하야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해 강제 퇴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도 “박 대통령의 버티기를 상수로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출구전략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범죄에 준하는 국정농락 사태를 심판하려면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제도적 수단이 있는데 하야 구호만 외치는 등 헌법을 초월해서 퇴진을 강요하면 오히려 박 대통령 지지세력에 역공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외에는 적법 절차로 책임을 묻는 방법이 없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원칙을 따라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탄핵 성사 가능성에는 의견이 갈렸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밝혀진 직권남용 등 정황만으로 탄핵 사유가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기문란 의혹이 짙고 대통령 본인도 인정한 만큼 정치권 합의만 있으면 탄핵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탄핵이 성사되려면 철저한 진상규명 및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찰 수사든 특별검사든 탄핵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를 지지하는 응답자들(15명ㆍ55.6%)은 불확실성과 장기화를 이유로 탄핵을 선호하지 않았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탄핵은 국회의결이 필요하고 헌법재판소 결정까지도 길게는 180일이 걸려 국민의 뜻에 따라 하야를 압박하는 게 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 행위”라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결정을 보수적 성향인 헌재 판단에 맡기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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