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개혁그룹의 대표격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 농단 공모와 친박계 지도부의 사퇴 거부를 비판하며 탈당했다. 남 지사는 “바른 정당은 국민과 공익을 앞세우며 시대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정당다움을 잃었다”며 “정당다운 정당,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도 “새누리당이 국정 농단을 막기는커녕 방조하고 조장, 비호하면서 헌법가치와 법치 수호를 포기했다”며 “진정한 보수 중심을 세우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친박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탈당을 예고해 온 터라 관심은 탈당의 도미노 여부다. 그동안 야권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탈당과 분당 조짐이 당내에서 일고 있는 지금 새누리당의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를 자임해 온 친박계 지도부가 사퇴하고 폐족 선언을 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여전히 대통령 호위를 다짐하며 자리를 지키는 마당에 균열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남 지사는 비박계 20여명의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당장의 후속 탈당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죄를 지은 쪽은 친박인데 왜 우리가 나가느냐, 당에 남아 환골탈태시키겠다”며 여전히 잔류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탈당 이후 행보나 창당의 어려움 등 현실적 여건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함께 내달 20일 사퇴를 선언한 이정현 대표가 중진 모임의 즉각적 비상대책위 전환 제안에 대해 “당 쇄신과 수습, 개혁의 내용이 합당하다면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물러선 것도 당내 반발과 탈당 도미노를 막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그러나 친박계가 그간 보여 준 행태와 박 대통령 결사 옹호 자세로 보아 새누리당이 건강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내부 혁신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지만 개혁은 흐지부지된 채 참패의 원인 제공자인 친박계가 당권을 잡는 퇴행적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씨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은 국민의당에까지 뒤처져 3위로 밀려났다. 정당은 민심에 호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치열한 내부투쟁을 거치든, 탄핵정국에서 분당사태가 빚어지든 개혁적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남 지사가 단언했듯,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의 탈당이 개혁보수당의 탄생으로 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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