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대 여론 속 최종 서명
북핵 등 정보력 강화 기대에도
국정농단 어수선한 정국 속에
27일 만에 속전속결 체결로
유사시 한반도 진출 우려에
국민 감정도 악화 ‘후폭풍’
한국과 일본은 23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해 2급 이하 군사비밀을 직접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1945년 광복 이후 양국이 체결한 첫 군사협정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맞서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빌미가 될 우려 또한 크다. 특히 정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국민적 동의 없이 속전속결로 협정을 마무리하는 ‘안보 폭주’에 나서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을 대표해 GSOMIA에 서명했다. 협정은 상대국에 대한 서면 통보를 거쳐 곧바로 발효된다. GSOMIA는 국가 간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 원칙을 담은 협정으로, 정보의 제공 방법과 보호 원칙, 파기 방법, 분실 대책 등을 정하고 있다. 교환하는 정보는 구두, 영상, 전자, 자기, 문서는 물론 장비와 기술까지 모든 형태를 망라하고 있다.
이로써 한일간 안보 협력이 가속화하게 됐다. 한국은 사람을 통해 입수한 정보(휴민트)와 정찰기로 수집하는 감청ㆍ영상정보(시긴트)에 강점을 갖춘 반면, 일본은 정찰위성(5기)과 이지스함(6척), 해상초계기(77대), 탐지거리 1,000㎞ 이상의 지상레이더(4기)를 보유하고 있어 군사정보를 공유할 경우 상호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양국은 북한이 이르면 올해 연말에 실전배치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비해 정보 교환의 필요성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GSOMIA를 체결하면서 2014년 12월 한미일 3국이 체결한 정보공유약정은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 기존의 한미ㆍ미일 GSOMIA와 더불어 한일간에도 직접 군사기밀을 공유할 법적 장치를 갖추면서 3국간 ‘안보 고리’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방부는 “3국간 약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정부가 떠밀리듯 GSOMIA 체결에 나선 것은, 결국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중시해 온 미국의 세계 전략에 말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안보법제 시행으로 역할이 커진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에 길을 터줄 우려도 있다. 지난해 5월 나카타니 겐(中谷元) 당시 일본 방위상은 유사시 자위대가 북한 핵ㆍ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아베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전쟁할 수 있는 일본’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한반도 안보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한 장관은 이날 서명식에서 일본 측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군사대국화 문제, 한미일 미사일 방어(MD) 체계 편입 등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고, 나가미네 대사는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국방부는 한일 GSOMIA가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됐다는 지적과 관련, “나름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국회 설명과 언론 기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협정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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