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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전 감독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유

입력
2016.11.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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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표는 한국야구계의 ‘대화합’이다.”

22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김응용(75) 전 감독은 “야구인들의 요청으로 생각조차 안 했던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에 도전하기 위해 등록 절차를 마치고 정식 후보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실업 선수와 감독을 시작으로 프로야구 감독으로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야구선수 출신 최초로 프로야구단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이룰 건 다 이룬 그는 최근 야구학교의 총감독으로 선임돼 야구새싹들을 뒷바라지 할 요량이었다. 사실상 야구계 일선에선 은퇴를 결심한 김 감독이었기에 협회장 선거 출마는‘생각조차 안 했던’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김응용 전 감독. 야구학교 제공
김응용 전 감독. 야구학교 제공

하지만 후배 야구인들이 극구 김 감독을 추대한 이유는 자명하다. 당초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됐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까지 맡게 돼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KBO를 무탈하게 이끌어 온 구본능 총재의 겸임 가능성도 타진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난 3월 대한야구협회가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전락하기 전까지 거쳐간 7명의 야구협회장 가운데 6명이 정치인 또는 기업인이었다. 그 중 정몽윤 회장(1997~2000년)처럼 사재를 털어 가며 헌신적으로 협회를 이끈 인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명함과 이권 챙기기에 급급해 갖가지 구설수에 올랐다. 2009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강승규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집행부 구성 문제로 시끄러웠고, 바통을 이어 받은 국회부의장 출신의 이병석 회장 옆에도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무리들이 들끓었다. 김종업 부회장 대행체제를 거쳐 수장에 오른 박상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박 회장 자신도 야구기금을 부당 집행한 혐의로 자진사퇴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지자체에서 힘 좀 써 줄 수 있는 정치인은 야구 저변과 위상을 높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기업인도 협회 살림에 직ㆍ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격을 갖췄다. 문제는 야구협회장직을 성공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심, 또 야구를 잘 모르고 온전히 야구에만 매진할 수 없는 협회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호가호위하려는 주변 인사들의 전횡이다. 그래서 야구인들이 내린 답은 진정 야구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할 수 있는 야구인 후보였다. 김 감독은 야구인들에게 신망이 두텁고 야구에 대한 식견과 경험, 또 프로야구 사장 경험까지 있어 행정력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이다. 재원 마련이 관건인데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추어 야구를 활성화하고 각종 비리를 근절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면 KBO가 지원을 마다하지 않을 리 없다.

김 감독은 “야구와 무관했던 정치인들이 회장을 맡으면서 야구계가 갈등을 빚었고, 이곳 저곳에서 고소 고발 사건들이 이어졌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뒤 “실향민인 나는 평생을 한국야구계에서 큰 은혜와 사랑을 받았다. 뿌리가 흔들리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더 이상 야구인의 손을 떠나 방치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야구인으로서 너무 무책임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에 공개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김 감독을 비롯해 이계안 국민의당 교육연수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성태 새누리당 경기도당 수석대변인, 표철수 전 방송위원회 사무총장 등 4명이다. 선거인단은 144명이고, 대의원과 선수(전ㆍ현직), 지도자, 심판, 동호인 등으로 구성된다. 새 협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25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며 30일 선거를 치른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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