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드라마 재방송의 신무기 '감독판'이 뜬다
알림

드라마 재방송의 신무기 '감독판'이 뜬다

입력
2016.11.24 15:51
0 0
SBS는 미공개 장면을 추가한 ‘푸른 바다의 전설’ 감독판을 방영 첫 주말에 재방송한 데 이어 23일 3회 방영에 앞서 낮 시간대에 또 한번 편성했다. SBS 제공
SBS는 미공개 장면을 추가한 ‘푸른 바다의 전설’ 감독판을 방영 첫 주말에 재방송한 데 이어 23일 3회 방영에 앞서 낮 시간대에 또 한번 편성했다. SBS 제공

대개 ‘감독판’이라고 하면 흥행한 영화들이 극장에서 내려갈 즈음 개봉판에서 삭제된 장면들을 추가해 다시 내놓는 경우를 말한다. 인기 드라마도 종방 이후 별도의 감독판 DVD를 소장용으로 발매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이다. 하지만 최근 안방극장에선 이 감독판이라는 용어가 다르게 활용되고 있다.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방영 첫 주말인 20일 재방송에 감독판이란 수식을 달았다. 1, 2회 본방송에서 삭제된 장면을 각각 8분씩 총 16분 추가해 150분 분량으로 재편집했다.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도 1, 2회를 새로 편집한 감독판을 주말 재방송으로 편성했다. 시간 관계상 2회로 넘어간 일부 장면을 1회로 다시 옮기고, 삭제됐던 장면들도 추가해 3분 가량 늘어났다. SBS는 지난 4월에도 드라마 ‘딴따라’의 1, 2회 재방송에 미공개 장면을 포함해 방영했다.

보통 주말 재방송은 단순한 재탕이거나 도리어 시간을 줄여 방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시간 때우기’라는 인식도 강했다. 인터넷을 통한 ‘다시보기’가 일상화되면서 재방송의 기능과 역할은 점점 더 축소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말 재방송이 ‘감독판’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본방송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새로운 시청층을 본방송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SBS 드라마 관계자는 “감독판 재방송이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본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해 다음 방송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감독판 재방송의 효과는 수치로도 가늠할 수 있다. ‘딴따라’는 1, 2회 방송에서 시청률 6.2%와 6.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각각 기록했지만 주말 감독판 방영 후 3, 4회에선 7.2%와 8.3%로 상승했다. ‘푸른 바다의 전설’도 23일 방영된 3회에서 15.7%를 기록하며 지난주 2회 시청률 15.1%보다 약간 올랐다.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 2회 10.8%에서 3회 12.4%로 1.6% 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딴따라’는 초반 상승세가 금세 꺾이면서 방영 내내 줄곧 7~8%대에 머물렀고 ‘낭만닥터 김사부’는 드라마 자체의 힘으로 줄곧 시청률이 올랐기 때문에 이 같은 상승세가 감독판 재방송의 영향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감독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입소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제작 관계자는 “1, 2회의 몇몇 장면에서 시간 순서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감독판에 미공개 장면이 포함되면서 개연성이 보완됐다”며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푸른 바다의 전설’도 본방송보다 150분짜리 감독판이 더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감독판 재방송은 일종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4회 안에 성패가 판가름 난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할 만큼 드라마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사와 제작진은 초반 시선 끌기와 경쟁작 기선 제압에 총력전을 펼친다. 최근 방영됐던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공항 가는 길’이 3회 본방송 직전 정규방송 시간에 1, 2회를 1시간에 압축한 요약본을 방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확장판 개념을 내세운 감독판도 요약본 또는 몰아보기와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변칙 방송인 셈이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감독판 재방송의 장점으로 꼽기도 하지만, 감독판까지 관행화되면 과열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감독판으로 1, 2회의 부진을 만회하기보다는 애초에 본방송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낭만닥터 김사부’는 자체의 힘으로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잘 만든 드라마는 감독판 마케팅 없이도 성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SBS 제공
‘낭만닥터 김사부’는 자체의 힘으로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잘 만든 드라마는 감독판 마케팅 없이도 성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SBS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