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면 불행해진다는 두려움
자녀를 지나친 사교육에 몰아넣어
그보다 인생 살아갈 힘 키워줘야
어려움 겪을 때 지혜롭게 해결
권리누리고 책임 다하는 부모
자녀 민주시민 성장의 밑바탕
백만이 넘는 국민이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세상은 격동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키우기 너무 힘든 세상입니다. 개인의 ‘노오력’이 부족해서인가요? 어린이를 돌보기 위한 누리과정 예산은 없애면서 정유라 훈련을 위해서는 1,000억원을 지원하던 나라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어찌 자녀교육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정의롭게 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에서 소소한 행복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민주시민으로서 그릇된 것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니까요.
지난 번에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불행한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그 심리적, 사회적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해결방안을 세 가지 제시했었습니다. ▦부모 이전에 한 인간으로 행복하기 ▦민주시민으로서 우리 사회를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기 ▦부모라는 전문적인 역할을 위한 지식과 기술 갖추기 입니다. 이번에는 이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부모의 유형과 알파고 시대의 자녀교육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나는 어떤 유형의 부모인가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잘 키우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양육방식을 갖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엄부자모라고 하는 전통적인 부모 역할 모델이 있습니다. 엄격함과 자상함을 주요 요인으로 다음과 같이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서 볼 수 있습니다.
▦엄격한 부모
엄격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가치관이나 해야 할 일들을 요구하고 조절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규칙을 배우고 능력을 키운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모와 사랑으로 이어지는 행복을 경험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부모가 시켜서 뭔가를 하기는 하는데 주눅 들어 있거나 억압된 분노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상한 부모
자상한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 받고 원하는 것을 충족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규칙을 배우고 능력을 키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많이 이루며 즐겁게 사는 것 같지만 능력이 부족하고 예의 없는 응석받이로 자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관하는 부모
자상한 부모처럼 사랑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엄격한 부모처럼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애정결핍과 능력부족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상하며 엄격한 부모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고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자상한 부모와 같고, 자녀에게 해야 할 일을 가르치고 요구하는 것은 엄격한 부모와 같습니다. 그러면 언제 자상하고, 언제 엄격해야 할까요. 자녀의 감정에 자상하고 자녀의 행동에 엄격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자녀가 짜증나서 화를 마구 낼 때 짜증나는 그 감정은 받아주되, 짜증난다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도 가르쳐야 합니다. 이때 엄격함을 화내고 무서운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엄격하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부모 유형은 보통 개인 성격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사회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생존이 매우 어려운 사회에서는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찾아 성장하도록 도와주기가 어렵습니다. 오직 이 두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길을 쫓게 됩니다. 공부 못하면 불행하게 살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엄격한 부모가 되어 자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나친 사교육으로 몰아넣습니다. 반대로 자상한 부모는 공부는 크게 상관하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하지만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로 가면 두려워집니다. 이 세상은 아직 학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니까요.
급변하는 이 시대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첫 번째는 인생을 살아갈 힘을 가진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가진 아이는 어려운 일을 겪을 때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뭔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서울대를 가고도 자살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대학을 가지 않고도 행복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사회는 대학을 가지 않은 아이들에게 가혹하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 있습니다. 이렇게 힘이 있는 아이는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을 잘하면 그것을 가지고 잘 살아갑니다. 좋은 날도 있고 어려운 날도 있겠지만 무너지지 않고 어려움조차도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녀가 그 과정에 함께 하면 더욱 더 좋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잠깐 봅시다.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지금 우리나라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나요, 아니면 대통령의 측근으로부터 나오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국민이 가지는 존엄과 행복을 보장하고 있나요, 아니면 대통령과 측근을 보호하고 있나요. 저는 지난 주말 네 명의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존엄과 행복을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의 참여로 우리나라가 변하는 경험을 통해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임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보다 좋은 민주시민교육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한 인간으로 행복하게,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민주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책임을 다하는 부모의 삶이 자녀 교육의 밑바탕입니다.
정유진 세종 온빛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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