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치러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2문제나 출제오류가 확인됐다. 한국사 영역 14번은 복수정답 처리되고, 과학탐구영역 물리Ⅱ 9번 문항은 정답이 없어 응시생 전원이 정답처리 된다. 2년 전 출제오류에 대해 제도 개선을 공언하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공신력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능 문항과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 검토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사 14번 문항은 보기에서 제시한 선고문을 보고 구한말 창간된 신문 대한매일신보에 대한 설명 중 옳은 것을 찾는 문제다. 애초에 제시된 정답은 1번 ‘국채 보상 운동을 지원했다’였지만 5번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논한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했다’도 정답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탐구 물리 Ⅱ 과목에서는 9번 문항이 정답 없음으로 결정됐다. 학회 자문을 거친 결과 이 문제는 자기장의 방향이 전제되지 않아 보기에 제시된 ‘ㄱ’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어 정답이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문제는 이의신청 게시판에서는 단 한 건만 이의신청이 제기됐지만 평가원의 자체 모니터링단에서 이의가 제기됐다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수능 체제가 도입된 1994년 이후 평가원이 출제 오류를 공식 인정한 것은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에 이어 이번이 여섯번째다. 특히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경우 수험생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끝에 뒤늦게야 모두 정답처리 돼 이 과목에 응시한 1만8,884명의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반복되는 출제오류에 대한 개선책으로 지난해 교육부는 출제위원장과 동급의 검토위원장직을 신설하고 출제기간도 늘렸다. 정진갑 출제위원장(계명대 화학과 교수)은 수능 당일 기자회견에서 “만점자 비율에는 신경을 안 썼다. 오류 없는 출제가 우선”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장 다음날부터 한국사 14번에 대한 복수정답 논란이 일기 시작하는 등 이의신청이 몰린 끝에 이날 2개 문항에 대한 출제가 잘못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자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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