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실상 철회 수순
“28일 공개하되 채택 추후 논의”
압도적 반대여론에 한발 물러서
1년 연기ㆍ국검정 혼용 방안 검토
靑선 “변화 없이 그대로 간다”일축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교과서를 제작하되 검정교과서와 병행해 학교에서 선택하도록 하거나 현장 배포를 일단 미루는 것으로, 사실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는 수순이다.
이 부총리는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예정대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28일 국민들에게 공개하되, 그 내용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청취한 뒤 현장 적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정화를 철회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현실을 감안하면 한발 물러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교과서 공개는 하되 채택 여부는 추후에 논의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내부적으로 ▦1년 연기 뒤 현장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 ▦일부 시범학교에만 우선 적용하는 방안 ▦국정교과서와 기존 검정교과서 중 학교가 선택하도록 하는 혼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교육부 안에서는 현장검토본 공개부터 보류하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사안이어서 교육부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 28일 공개는 예정대로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교과서는 큰 변화 없이 그대로 간다. 국정교과서 철회나 혼용에 대해 교육부로부터 건의가 들어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제대로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고 부처 내에서 출구 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국정교과서는 내년 3월부터 모든 중ㆍ고등학교에서 가르치도록 돼 있다. 내년 학교들에 국정교과서가 배포되지 않도록 하려면 교육부가 적용 시점을 늦추거나 검정교과서를 쓰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교육부 고시를 개정하면 된다. 국ㆍ검정을 병용하려면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을 고쳐야 한다.
25일 국회 교문위에는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는 내용의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도 상정됐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도종환 의원이 법안 심사 서면 동의서를 제출하고 표결에 부친 끝에 법안 심사 안건에 올랐다. 역사교과서는 국정 발행을 금지한다는 게 법안 골자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공개했다. 대한민국 수립 과정 설명 시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것으로 서술, 역대 정부 서술 시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공과를 균형 있게 서술 등이 주요 내용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