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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역사교과서 대안 찾을 생각 말고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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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역사교과서 대안 찾을 생각 말고 폐기해야 한다

입력
2016.1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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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국정화 철회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법원이 국정교과서 집필 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한 데 이어 교육부에서도 출구 찾기 고민에 들어갔다. 상당수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는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정 교과서가 나온다 해도 제대로 배포될지조차 의문이다. 국정화 추진 동력이 거의 소진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절차와 내용 면에서 법적, 도덕적 정당성을 잃었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24일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밀실 교과서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중ㆍ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한 뒤 당초 약속과는 달리 집필자와 집필기준을 비밀에 부쳤다. 불법성이 입증된 역사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면 그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피의자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교과서라는 것만으로도 국정화는 이미 교육적ㆍ윤리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어제 저녁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부랴부랴 공개했지만 그런다고 정당성이 살아날 리도 없다.

반발이 심상치 않자 교육부도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는 모습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현장 검토본 공개는 예정대로 하되, 현장적용 방안은 국민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시범학교에 우선 적용하거나 검ㆍ인정 교과서와 혼용하는 방안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철회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그대로 간다”는 입장을 보여 내부 균열상 마저 보이고 있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민심을 따르기는커녕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애초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았던 이유는 친일과 우편향적 서술 등 내용상의 우려는 물론이거니와 시대착오적 발행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컸다. 자유 발행제를 채택하는 세계적 추세를 무시하고 국가가 단일한 역사관을 주입하겠다는 발상을 용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교육부는 적당한 봉합으로 사태 수습을 꾀할 게 아니라 즉각 국정화 추진을 중단해야 마땅하다. 청와대도 더 이상 국정화를 고집하지 말고 여론을 따르는 게 역사와 시민 앞에 죄를 짓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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