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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반려견 보험’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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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반려견 보험’은 없나

입력
2016.1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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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개를 진료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의 한 대형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개를 진료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열세 살 된 시추 종 반려견 꿀꿀의 한 달 병원비는 약 30만원이다. 피부병이 있고 간 수치도 정상보다 높아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 제대로 된 건강검진을 받으면 검진비만 50만원 이상 나온다. 의료비 부담이 크지만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모든 보험상품의 가입 가능한 반려동물 연령이 만 6, 7세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련 보험이 강아지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두 살 된 혼종견 가람은 월 4만원을 내는 관련 보험에 가입했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람은 왼쪽 뒷다리에 슬개골(무릎 한가운데 종지 모양의 뼈)탈구 질환이 있는데, 슬개골과 고관절(엉덩이뼈) 질환은 대표적인 유전병이어서 보상에서 제외된다. 가람을 기르는 A씨는 “가람은 나이도 어리고 슬개골 이외에 다른 문제가 없다”며 “이렇게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바에는 1년에 48만원씩 보험료를 내느니 적금을 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1,000만명에 이르면서 관련 보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나 보험업체 모두 관련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아 관련 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 보험을 판매하는 곳은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3군데이다. 가장 오래된 곳은 2011년에 상품을 내놓은 삼성화재다. 롯데손해보험은 2013년, 현대해상은 10월에 각각 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앞서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도 반려동물 보험을 내놓은 적이 있으나 지금은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사들의 관련 상품 판매 실적은 저조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판매 건수가 1,016건이었고 올 상반기 572건을 기록해 연간 실적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롯데손해보험은 판매 실적이 2013년 622건이었고 올해는 9월말 기준 453건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좀처럼 관련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반려 동물의 연령 제한이 걸림돌이다. 국내 반려견의 경우 7세 이상 노령견 비율이 30%로 추정된다. 이들은 만 7세로 돼 있는 연령 제한에 걸려 보험 가입을 할 수 없다. 반려견의 나이가 7세 이전에 가입한 사람들도 갱신 가능 연령이 11, 12세로 제한돼 쉽지 않다. 반면 영국, 일본, 미국 등은 반려견의 보험 가입 연령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애견협회 가입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보험사에서 동물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워 애견협회 등록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슬개골, 고관절 등 반려견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환은 보장에서 제외돼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 보험 상품 홍보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황원경 KB금융지주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보험이 알려져 있어서 반려동물 사육 인구의 가입률이 영국은 20%, 미국은 10%에 이른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반려동물보험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가입률이 0.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보험업체들도 반려 동물 보험에 대해 이익이 나지 않아 유지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라고 입을 모은다. 그 바람에 보험사들은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가 중단하고 다시 출시하기를 반복한다. 반려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로서는 상품이 수시로 등장했다가 사라져서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보험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을 겨냥한 신용카드, 예적금, 신탁 등 다른 금융상품도 다양화 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동물병원이나 관련 업종 등에서 제품 구입시 할인을 해주고 동물보호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동물관련 신용카드는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반려애(愛)’카드는 사용금액의 일부를 유기동물을 위한 공익기금으로 조성한다고 홍보했지만 출시 2년이 지났는데도 기부처와 협의가 되지 않아 기부를 하고 있지 않다. KEB하나은행의 ‘땡큐애니멀스 빅팟카드’는 동물관련 상품 구입 시 혜택이 없어 이용자가 늘지 않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출시한 ‘땡큐애니멀스빅스팟카드’(왼쪽)과 KB국민은행의 ‘KB국민반려애카드’ . 각 사 제공
KEB하나은행이 출시한 ‘땡큐애니멀스빅스팟카드’(왼쪽)과 KB국민은행의 ‘KB국민반려애카드’ . 각 사 제공

이외에 반려동물 사진을 가져오면 추가 금리를 주는 HK저축은행의 ‘마이펫예적금’, 가입자 사망시 반려동물에 필요한 자금을 반려동물 부양자에게 일시 또는 분납으로 지급하는 KB국민은행의 ‘KB펫신탁’등이 있다. KB국민은행은 KB펫신탁의 가입대상을 22일부터 개에서 고양이까지 확대했다.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미국과 일본처럼 관련 금융 상품이 보다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특히 신탁상품의 경우 미국은 개, 고양이 외에 앵무새 등 조류도 가입할 수 있고 사료 브랜드, 산책 여부 등 세부적인 관리기준까지 지정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사육상황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변호사나 행정사, 관련협회 등을 따로 두고 있다. 황 위원은“반려동물을 키우는 노년층과 1인 가구가 늘면서 관련 금융상품에 관심이 높다”며 “금융사들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상품을 개발해야 관련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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