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사실상 접기로 청와대와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청와대가 “국정화 방침은 그대로”라고 선을 그으면서, 구체적인 출구전략은 현장본(28일 공개)에 대한 여론수렴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23일 이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7일 국정교과서 사전설명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 판단을 청와대와 조율했고, 청와대가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국정교과서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와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26일 김용승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이런 내용을 협의했다.
양측은 “국정화 철회는 없다”는 원칙을 공유하되 “여론 수렴 뒤 추가 협의하자”는 쪽으로 절충한 모양새다. 탄핵 정국에 휩싸여 정책 추진동력을 상실한 청와대가 “공개 뒤 (철회 여부) 결정”을 내건 교육부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원칙만 부여잡고 사실상 퇴로를 열어둔 셈이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선보일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3월 적용은 처음 제시했던 시점”이라며 “더 좋은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학교가 각자 선택하게 하거나(혼용), 일부 학교에 우선 뿌리는 방법(시범사업)을 고려하고 있지만 거센 반대 여론을 감안하면 이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용시기 연기 등도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는 28일 오후 1시20분 역사교과서 현장본과 집필진(47명) 명단을 공개하고, 다음달 23일까지 웹사이트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한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b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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