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인선 과정 불공정 의혹
경력 점수 43점으로 턱걸이
기금운용 부문 경험 없는데도
면접서 전문성 최고점 받아
낙하산 논란 강면욱과 닮은꼴
국민연금의 제일모직ㆍ삼성물산 합병 찬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이 2013년 말 본부장 공모 당시 서류평가 점수가 22명 중 8위에 그치고도 면접을 거쳐 최종 낙점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평가에서 18명 지원자 중 9위를 기록했지만 낙점된 것으로 최근 드러난 후임 강면욱 현 본부장 선임 과정과 쏙 닮아있다.
27일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정을 위한 자문위원회의 ‘지원자별 경력점수 산정표’와 ‘지원자 제출서류 검토의견서’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경력점수에서 43.43점을 받아 지원자 22명 중 8위에 그쳤다. 경력점수는 자산운용 경험이나 운용성과 등을 환산한 수치로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기금이사 추천 자문위원회가 작성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된다.
홍 전 본부장은 ‘턱걸이’로 면접대상자 9명에 포함됐지만 이후 반전이 시작됐다. 홍 전 본부장은 면접관 6명으로부터 평균 87.00점을 받아 9명 가운데 2등을 기록했다. 1차 면접 1등은 온기선 전 동양자산운용 대표(87.67점), 3등 정재호 새마을금고 자금운용본부장(86.83점), 4등 유정상 전 피닉스자산운용 대표(86.50점) 등이었다. 면접 결과를 토대로 이들 4명이 최종 추천후보로 선정됐고, 최광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은 2등인 홍 전 본부장을 최종 낙점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자산운용에서 잔뼈가 굵은 온 대표나 정 본부장의 선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나은행 법인영업 총괄본부장,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등을 지낸 홍 전 본부장은 기금운용 측면에서 내세울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시 면접에서 홍 전 본부장은 ‘전문성’(50점 만점) 부문에서 대상자 중 최고 점수인 45점을 받았다.
홍 전 본부장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새누리당 의원)의 대구고 동기로 선임 당시에도 ‘낙하산 논란이 비등했으며, 후임 강 본부장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계성고ㆍ성균관대 1년 후배다. 박영선 의원은 “기금운용본부장은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산 운용을 책임지는 자리”라며 “두 사람이 선임되는 과정의 외압 여부를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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