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에 만 마리의 물고기를 품은 만어사(萬魚寺)라는 절이 있다. 아쉽게도 살아서 펄쩍 뛰노는 생물들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찰이 전설을 담고 있듯 만어사에도 전해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 바다 용왕의 아들이 돌로 변했다는 미륵암과 그를 따르던 물고기들 역시 바위가 되었다는 만어석 전설이다.
엄청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암석들을 보고 있으면 전설을 믿지 않은 사람들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돌 비탈이라 '너덜겅'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두드리면 종처럼 맑은 소리가 난다고 해서 '종석(鍾石)'이라고도 불린다.
노을 지는 산사에 어둠이 찾아오면 굵직한 바위들은 살아 움직이듯 모양이 변한다. 조용히 빛을 발하는 돌 군락의 모습에서 주말마다 타오르는 촛불을 떠올린 건 나 혼자 뿐일까.
얼마 남지 않은 남녘의 단풍도 지고 있다. 곧 겨울이 오겠지만, 물살을 거스르며 역영하는 물고기처럼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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