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완공 기억교실 영구 보존
“평범한 환경서 교육 받을 권리”
주민 2300여명 반대 서명 제출
도교육청 “혐오시설 인식 씁쓸”
市, 내달 대토론회서 의견 수렴
“후배들이 아픈 기억을 잊고 평범한 교육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별이 된 선배들도 원할 겁니다.” “흔적을 없애고 지우는 것보다 곁에 두고 늘 상기하는 것이 진정한 참교육이 아닐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기억교실(당시 2학년 학생들이 쓰던 교실)’ 이전문제로 2년여 갈등을 겪던 안산지역사회가 또다시 반목하고 있다. 이번엔 교육당국이 단원중ㆍ고 옆에 지으려는 ‘4ㆍ16 안전교육 시설’을 두고서다.
29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2019년 5월까지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426-10 일대 4,431㎡에 연면적 3,835㎡, 건축면적 789.7㎡ 규모의 안전교육 시설을 건립하기로 하고 안산시에 도시관리계획시설 변경 등의 절차를 의뢰했다. 이 시설에는 기억교실이 재현될 기억공간과 관리ㆍ연수공간, 편의공간 등이 들어선다. 사업비는 모두 90억 원으로 도교육청과 경기도가 절반씩 부담한다.
하지만 해당 부지가 단원고와 단원중 사이 시유지로 결정되면서 두 학교의 일부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거ㆍ교육시설 옆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억교실 등을 다시 이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단원구 고잔1동 주민(2만1,000명)의 10%가 넘는 2,322명이 지난 18일 시에 반대 서명부를 제출하기도 했다. 고잔동 통반장협의회 관계자는 “단원중ㆍ고 재학생들도 평범한 공간에서 다른 아이들처럼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주민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추모공원 내에 안전교육 시설을 한데 묶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구체적인 추모공원 건립구상이 내년 3월쯤 나오면, 안전교육 시설을 이곳에 넣자는 주장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6월부터 9,500만원을 들여 ‘세월호 추모사업 기본계획 용역’을 진행 중이다. 유력한 추모공원 위치는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는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다. 희생학생 유가족이 원하는 부지인데다, 단원고와의 거리도 3~4㎞ 가량으로 비교적 가깝다.
교육청은 이런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안전교육 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백기웅 안산교육 회복지원단 주무관은 “희생자 유골이 안치된다는 등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며 “상시 안전교육의 장을 추모공원 내에 두는 것도 맞지 않다”고 했다.
종교계의 중재로 지난 8월 기억교실을 이전했던 희생자 유가족은 이 시설마저 몰아내려는 사회가 야속하기만 하다. 고 전찬호 군의 아버지 전명선(44)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단원고 옆에 짓는 것은 지난 5월 경기도와 안산시, 교육청, 단원고 등 7개 기관ㆍ단체가 건립하기로 합의한 민주시민 교육시설”이라며 “왜곡된 내용이 전파되는 것을 합의 당사자들이 서둘러 바로 잡아야 한다”고 씁쓸해했다. 안산시는 다음달 10일 세월호 추모사업 등과 관련, 고등학생 50명 등 시민 250명을 대상으로 대 토론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선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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